해외로 뻗는 롯데면세점, 내수 부진 이겨내고 상장 물꼬 틀까
입력 2023.01.30 07:19
수정 2023.01.30 07:19
아시아 태평양 아우르는 ‘LDF 벨트’ 구축 총력
수년째 미뤄지는 호텔롯데 상장 위한 특단 조치 해석도
롯데면세점이 해외사업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작년 호주 시드니 시내점을 시작으로 베트남, 호주, 싱가포르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LDF 벨트(Lotte Duty Free Belt)’ 구축에 총력을 다하는 분위기다.
최근 방역규제와 외교 갈등으로 국내 면세산업 내수시장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중국 보따리상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성장성이 높은 해외사업을 발판으로 삼아 향후 호텔롯데 상장까지 추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면세업계에서는 올해가 최대의 보릿고개가 될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평년 같으면 중국 춘제 기간을 맞아 중국 관광객 맞이에 분주해야 할 시기지만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고강도 방역 규제로 업계는 내국인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보따리상은 국내 면세산업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큰 손이지만 최근 방역규제 등 외교 갈등으로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행수요가 되살아난 내국인 수요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매출 비중이 미미해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롯데면세점은 해외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현재 해외 6개국에서 13개 매장을 운영 중인 롯데면세점은 국내 대기업 면세점 3사 중 해외 비중이 가장 크다. 작년 해외사업 매출은 전년도인 2021년과 비교해 약 340% 증가했다.
최근에는 연간 1조3000억원 규모의 호주‧뉴질랜드를 아우르는 오세아니아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호주는 작년 2월 국경을 전면 재개방하며 본격적인 국제선 운항 확대에 나섰다.
본격적인 관광산업 재개에 면세점 시장도 연간 30% 이상 성장하면서 롯데면세점을 비롯해 듀프리(Dufry)와 하이네만(Heinemann), DFS 등 세계적 면세사업자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이 가운데 롯데면세점은 작년 5월 호주 시드니 시내면세점을 오픈했다. 2020년 6월 싱가포르 창이공항점 오픈 이후 약 2년 만이다.
이어 지난 25일에는 호주 멜버른 공항면세점 운영권도 획득했다.
멜버른 공항면세점은 오세아니아 지역 2위 규모의 종합면세점으로 이번 면세사업권 입찰에 글로벌 6개 업체가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제안서와 프레젠테이션 심사 등을 통해 지난해 12월 말 롯데면세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오는 6월1일부터 운영을 개시한다. 사업 기간은 33년 5월까지 총 10년이다.
작년 시드니 시내점을 출점하는 등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면세사업 인프라 투자를 지속 확대하고 있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면세점은 현재 출국장과 입국장 면세점을 합쳐 총면적 3592㎡(1090평)인 멜버른공항점을 향후 5800㎡(1755평)까지 확장해 연 매출 3000억원의 매장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글로벌 주요 관광지로 꼽히는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작년 11월 베트남 다낭시내점을 오픈한데 이어 올 상반기 롯데면세점이 운영하는 해외매장 중 가장 큰 규모의 싱가포르 창이공항점 그랜드 오픈, 하반기 베트남 하노이 시내점 출점도 앞두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동남아, 오세아니아 등 아시아 태평양지역을 아우르는 ‘LDF 벨트(Lotte Duty Free Belt)’를 강화해 주요 관광지에서 면세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세계 1위로 올라선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과의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롯데면세점의 해외사업 확대가 호텔롯데 상장을 서두르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롯데는 지난 2016년 호텔롯데 기업공개를 추진했지만 당시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횡령 및 배임 의혹과 관련한 검찰조사로 상장 작업이 연기됐다.
이후 일본 불매운동과 코로나19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호텔롯데 상장 작업은 수년째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호텔롯데 상장을 위해서는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면세점 실적 개선이 관건이지만 내수 시장 회복이 요원한 만큼 성장성이 높은 해외시장을 키워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게 빠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