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현장] 매일을 버티는 사람들에 전하는 위로…뮤지컬 ‘어차피 혼자’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2.09.15 16:37 수정 2022.09.15 16:37

11월 20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나홀로족’ ‘1인가구’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매일을 버티며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안길 따뜻한 작품이 탄생했다. 지난 6일 개막한 뮤지컬 ‘어차피 혼자’ 이야기다.


작품은 지난 2013년 CJ문화재단의 크리에이티브마인즈 리딩 공연을 통해 탄생한 작품이다. 당시 관객과 평단에게 인간 본연을 위로하는 ‘휴머니즘’을 담고 있다는 평을 받았고, 무려 9년의 시간이 흘러 드디어 본 공연을 올렸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진행된 프레스콜에 참석한 민찬홍 작곡가는 “리딩 쇼케이스 당시 고독사라는 사회문제가 조금씩 대두되기 시작해서 추민주 연출이 관심을 보이고 소재를 선택했다”면서 “뮤지컬로 담아보고 다루기 쉬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한번쯤 이야기를 해볼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사회에서 소외된 분들을 조명하는 동시에 누구든지 이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위로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극을 만들게 된 계기를 전했다.


PL엔터테인먼트 송혜선 대표 역시 “리딩 공연을 봤을 때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가슴 속에서 이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았다”면서 “당시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모시고 있을 때다. 5년 후에 돌아가셨는데 작품이 큰 위안이 됐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이 작품을 보고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송 대표는 지난 2019년 파격적인 신진기용과 참신한 소재로 주목을 받았던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당시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우리의 정서가 녹아 든 작품,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만큼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도 크다. 송 대표는 “평소 사회적인 메시지가 있는 이야기를 좋아했고, 우리의 정서를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외쳐, 조선!’ 때도 그랬고, ‘어차피 혼자’고 지금 현재 우리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를 반추해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품은 재개발이 예정되어 있는 산장아파트와 남구청 소속 복지과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리딩 공연 당시 함께 했던 배우 조정은은 본 공연에서도 남구청 복지과에서 무연고 사망자를 담당하는 ‘독고정순’ 역을 맡았고, 같은 역할에 윤공주가 캐스팅됐다. 남구청 복지과의 신입사원 ‘서산’ 역엔 양희준과 황건하가 캐스팅됐다.


조정은은 “리딩 작업 당시 받았던 대본과 지금의 대본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극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여러 요소들이 추가됐다”면서 “처음엔 바뀐 대본이 낯설었고, 이걸 어떻게 소화해야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던 것 같다. 작품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진심을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는 게 저의 과제인 것 같다”고 책임감을 내비쳤다.


작품에는 뮤지컬 ‘빨래’ 신화의 두 주역 추민주 작·연출과 민찬홍 작곡가가 함께 한다. ‘빨래’는 초연 이후 17년간 총 5000회의 공연, 약 80만의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한 스테디셀러 창작 뮤지컬이다. 고된 서울 살이의 애환 속에서 찾은 작은 희망만으로도 다시 일어설 원동력을 얻는 소시민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냈던 두 창작자가 이번 작품으로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도 관심이다.


민 작곡가는 “무게감이 있는 주제지만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따라가면서 그 안에서 메시지를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기 위한 고민을 많이 했다. 이 과정에서 음악도 담백하고 어쿠스틱하고 클래식한 색깔이 많이 들어갔고, 특히 첫 번째 넘버가 서정적이라는 점이 다른 작품과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뿐만 아니라 때로는 친근한 음악, 경쾌한 음악 등 다채롭운 음악적 재료들을 배치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작품에는 지역구의 발전과 복지를 위해 애쓰는 것으로 유명해진 정치인 ‘서남식 구청장’ 역에 이갑선·최영우, 재개발이 논의 중인 산장아파트 주민들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명물 ‘보험왕’ 역에 이세령·허순미, 이슈가 있는 곳에 언제나 나타나는 ‘육기자’ 역에 이경수·이형훈, 산장 아파트의 ‘관리인’ 역에 장격수, ‘독고정순 엄마’ 역에 김지혜, 남구청장의 오른팔 ‘염계장’ 역에 심우성이 출연한다. 구청직원으로는 강동우·노현창·김혜미·김채은 이 이름을 올렸다. 공연은 11월 20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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