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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우, 번아웃 겪고 찾아낸 온전한 행복 [D:인터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4.09.19 13:55
수정 2024.09.19 13:56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주인공 오스칼 역 열연

“오스칼에 대한 대중의 환상 망가뜨리고 싶지 않아”

“제 기억 속에 오스칼은 여자지만 꼭 만나고 싶은 환상을 주는 인물이었어요. 그래서 관객들의 환상을 망가뜨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는 순정만화의 고전으로 불리는 일본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1974년부터 2014년까지 일본 다카라즈카 극단 공연에서 500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국내에서는 1993년 애니메이션 방영으로 최고 시청률 28%를 기록하는 등 남녀노소 불문하고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메가 히트작이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이 작품에서 주인공 오스칼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김지우 역시 최근 서울 강남구 EMK뮤지컬컴퍼니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애니메이션 ‘베르사유 장미’를 보고 자란 세대”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작품에 대한 환상이 있어서 그런지 오히려 엄두가 나지 않더라고요. 생각이 너무 많으니까 캐릭터가 산으로 가는 거죠. 무의식중에 여성스러움이 나오면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어요. 그런데 왕용범 연출가가 ‘오스칼은 남자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남자처럼 보일 필요는 없다. 그저 강인한 군인일 뿐이다’라고 말해주신 것이 도움이 됐어요. 그 이후로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편해지더라고요.”


원작에선 오스칼과 마리 앙투아네트가 주인공이고, 오스칼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연인인 페르젠 백작을 짝사랑하다가 뒤늦게 앙드레에 대한 마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는 마리 앙투아네트와 페르젠의 서사를 빼고 오스칼과 앙드레를 중심으로 드라마를 압축적으로 담아냈다. 귀족 신분이었던 오스칼의 시선으로 프랑스혁명의 격랑을 바라보며 인간의 존엄성, 삶의 가치를 드라마틱하게 그려낸다.


ⓒEMK뮤지컬컴퍼니

“워낙 방대한 원작의 서사를 다 다룰 수는 없기 때문에 창작진도 고민 끝에 마리 앙투아네트와 페르젠의 서사를 뺐다고 생각해요. 아쉽기도 하지만 그만큼 오스칼과 혁명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스토리가 만들어진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앞서 국내에서 공연되어온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가 마리 앙투아네트와 페르젠의 서사를 중심으로 프랑스혁명 당시의 이야기를 끌어나간다면, ‘베르사유의 장미’는 혁명의 또 다른 이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죠.”


“처음에는 어떻게 접근할지 고민이 많았지만 사실 내용을 보면 프랑스혁명 당시 상황이 우리가 사는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더라고요. 어느 시대나 세계에 혁명이 존재했듯 지금도 모두가 알게 모르게 속에서 많이 싸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경이 프랑스여서 그렇지 대한민국을 빗대면 우리 이야기가 될 수 있죠. 이 작품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결국 차별과 갈등, 분열 극복을 위한 사랑의 중요성 같다고 해석했어요.”


김지우와 함께 옥주현, 정유지가 오스칼을 나눠 연기하고 있다. 같은 역할을 여러 명이 번갈아 연기하는 만큼, 캐스트 별로 비교되지 않을 수 없지만 김지우는 극중 강인한 오스칼 캐릭터처럼 묵묵히 자신만의 오스칼을 만들어가고 있다.


“세 명의 오스칼이 정말 많이 달라요. 옥주현 언니는 강인하고 뭐든지 해낼 것 같은 오스칼을, 정유지는 풋풋한 소년미가 있는 오스칼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다듬어지지 않은 오스칼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불같던 오스칼이 점점 차가워지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캐릭터를 구축해나갔어요.”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2001년 드라마 ‘맛있는 청혼’으로 배우 데뷔한 김지우는 2005년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로 뮤지컬계에 발을 디뎠다. 20년 가까이 꾸준히 무대에 오르면서 이젠 한국 뮤지컬계의 간판 여배우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 매번 흔들림 없는 무대 위의 캐릭터로 서 있었지만, 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남모를 고충도 있었다.


“사실 최근 번아웃을 겪었어요. ‘식스 더 뮤지컬’ 당시 10초정도 무대에서 멈춰선 적이 있었어요. 정말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그게 공황장애의 일종이라고 하더라고요. 또 그런 상황이 올 것 같아서 너무 두려웠어요. 그래서 작품을 끝내자마자 도망치듯 다른 나라로 가버렸던 것 같아요. 휴대폰 없이, 아무 생각없이 쉬었어요. 온전히 쉼을 즐기지 못했는데 이번에 처음 제대로 쉬었던 거죠.”


온전한 쉼을 찾은 김지우는 더 단단해졌다. 작품을 하면서도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불안과 두려움이 앞섰던 과거를 “바보 같이 살았다”고 회상하는 그는 이제 온전히 공연을 즐길 준비를 마쳤다.


“생각해보면 20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 것 같아요. 어렵게 따낸 역할들인 만큼, 그걸 온전히 즐기려고요. 마음가짐을 달리 먹으니 매일의 무대가 너무 재미있어요. 이제 내일 죽어도 될 만큼, 오늘 할 수 있는 걸 다 하자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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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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