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은 오르는데…지방 주택 시장 ‘침체일로’, “과잉공급이 문제”
입력 2024.09.20 06:15
수정 2024.09.20 06:15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변동률 3.05%, 지방은 –1.19%
준공 후 미분양, 지방에만 82%…대출 규제로 ‘똘똘한 한 채’ 현상 심화
“세제·대출 등 지방 실수요자 혜택 나와야, CR리츠로는 한계”
서울 등 수도권 주택시장의 과열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방에는 온기가 퍼지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올해 연말까지도 지방은 침체된 분위기를 안고 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전방위적인 수요 진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한국부동산원의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서울(1.99%)을 포함해 누적된 수도권 집값 상승률은 0.69%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지방 집값의 변동률은 –0.74%였다.
주택 유형 중 아파트값의 격차가 컸다. 지난달 말까지 누적된 서울 집값 변동률은 3.05%이며 수도권은 총 1.03%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지방 아파트값 변동률은 –1.19%를 기록했다.
지방 주택시장 침체를 야기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수급 불균형이 꼽힌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는 넘쳐나는데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오르고 있다면 지방은 주택을 매수하려는 수요는 미미한데 과잉 공급이 해소되지 않아 가격 하락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7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6038가구로 집계됐는데 이 중 81.9%에 달하는 1만3138가구가 지방에서 발생한 물량이다. 특히 전남(2502가구), 대구(1778가구), 경남(1753가구), 제주(1369가구), 부산(1352가구), 경북(1239가구) 등 대체적으로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값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부산과 대구 아파트값의 올해 1~8월 누적 변동률은 –1.96%, -3.46%에 달했으며, 경남도 –1.23%, 제주는 –1.70%, 전남은 –0.60% 등을 기록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지방은 공급이 많은 지역 위주로 주택가격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며 “미분양과 공급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향후 기준금리가 인하만으로는 지방 시장 분위기가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부동산 업계 관계자도 “지방은 입주 물량과 미분양 주택이 여전히 많기 때문에 내년까지도 잠잠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세제 및 대출 규제 완화 등 지역별 맞춤형 수요 진작책이 수립돼야 지방 주택시장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달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가 시행된 만큼 서울 중심지 위주의 똘똘한 한 채 현상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지방의 수급 불균형 문제는 시장을 통해 자율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며 “서울과 수도권은 주택공급 확대가 필요하지만 지방은 적극적인 수요 진작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컨대 지방 거주민이 해당 지역에서 주택을 매수할 때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를 감면하는 등 실수요자를 위한 혜택이 마련돼야 한다. 또 지방 미분양 아파트를 임대사업에 활용하는 등의 대책과 함께 대출 규제를 풀어준다면 지방 부동산 경기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에서는 CR리츠를 출시해 지방 미분양 주택을 해소한다고 하지만 수익을 내기 위해 매입할 수 있는 주택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