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화두는] ⑦ 양당 '힘겨루기' 속 정계개편 가능성은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2.09.11 04:00
수정 2022.09.11 02:34

여권발 정계개편…노무현이 민주당

분당해 열우당 차린 사례가 대표적

"盧 지지율 40%였는데도 잔류파가

더 많아…분당 뒤 지지 주저앉기도"

2020년 4·15 총선으로 구성된 21대 국회에서 거대 양당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169석 더불어민주당과 115석 국민의힘이 원내 의석의 대부분을 점유한 채로 올해 3·9 대선을 통해 여야만 뒤바뀐 채 대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직전 20대 국회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20대 국회는 2016년 4·13 총선에서 신생 국민의당이 비례대표 득표율 26.7%로 민주당(25.5%)을 누르며 2위에 오르는 등 38석의 의석으로 제3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했다. 한때는 원내에 교섭단체가 4개에 달하며, 사안별로 활발한 합종연횡이 이뤄졌다.


21대 국회를 짓누르고 있는 거대 양당의 극한 대치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정계개편의 동력은 있을까.


당초 정치권에서는 3·9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을 계기로 정계개편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선에서 우리 당 후보가 당선되면 국회 상황이 이대로 여소야대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 적이 있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선대위에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을 합류시켰을 때에도 정계개편 예측이 불붙었다.


하지만 대선 반 년이 경과한 지금, 정계개편 방담은 쑥 들어간 상황이다.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저공 비행'을 이어가면서, 대통령이 중심이 되는 정계개편을 추동할 동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지난달 2~4일 실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24%로 최저점을 찍었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추석 연휴 직전인 7~8일 실시한 설문에서는 30.4%가 나왔다. 반등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당선인 비서실장 시절, 민주당과 충돌한 쟁점 사안에 대해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호언했다.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의 권한인 국민투표 위임 권한이 국회의 입법 미비로 논란이 있다"며, 국회에 입법 보완을 촉구하기도 했다.


국민투표법은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그대로 남아있지만 "국민투표 하자"고 호언하던 인수위 때와는 달리, 지금은 여권에서 그 누구도 '국민투표법을 보완하자'는 말을 꺼내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지금 국정 지지율로는 그 어떤 사안이든 국민투표에 부의할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물며 정계개편은 더 어렵다. 여권발 정계개편의 대표 사례는 2002년 대선에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당선됐던 노무현 대통령이 이듬해 여당을 분당하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사례다. 밑바탕에는 노 대통령이 임기 끝물이었던 2007년 11월 "화를 참지 못해서 그러는데"라며 토로했듯이 '호남 출신 국회의원들과는 정치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깔려있었다.


또다른 여권발 개편…비주류 나간다?
95년 민주계가 JP 대표 찍어내려 하자
민자당 분당→자민련 창당이 대표적
2024년 총선 앞두고 가능성 없지 않아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 분당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안팎이었는데도 현직 대통령을 쫓아 열우당으로 간 의원이 47명으로, 민주당에 잔류한 59명보다 되레 적었다"며 "멀쩡했던 집권여당을 대통령이 앞장서서 쪼갰다는 비판에 연말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20%선까지 주저앉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다만 '가처분 리스크' 등에 따라 지지율을 따지지 않고 여권발 정계개편의 방아쇠가 당겨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신평 변호사는 "이준석 (대표)은 윤 대통령을 공공연히 모욕하는 발언을 계속할 것이고, 수모를 못 견딘 윤 대통령이 울컥하는 마음으로 탈당하는 것을 노릴 것"이라며 "그러면 윤 대통령을 따르는 국회의원들까지 동반탈당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를 정조준하며 노리고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내다봤다.


여권발 정계개편의 다른 시나리오는 여당에서 비주류가 뛰어나가는 정계개편이다. 헌정사의 사례는 많지 않다. 야당의 분당은 야당 의원에서 또다른 야당 의원이 되는 것에 불과하지만, 여당의 분당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따뜻한 아랫목에 있다가 시베리아 벌판으로 나서는 셈"이라고 비유했다.


△1995년 신한국당에서 자민련이 분당 △2007년 열린우리당에서 중도개혁통합신당이 분당 △2016년 새누리당에서 바른정당이 분당한 사례 정도가 여당 비주류발 분당 사례의 전부다.


그런데 이 중 2007년과 2016년의 사례는 대선을 눈앞에 두고 기존의 집권여당이 더 이상 정권재창출 가능성이 없어보이자, 새로운 대권주자를 옹립해 어떻게든 대선에 대응해보고자 한 사례다. 지금은 해당이 없다.


1995년 사례는 유의미하다. 당시 민주자유당 대표최고위원은 비주류 김종필 대표였다. 김영삼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주류 민주계는 공공연히 김 대표를 모욕하며 정계은퇴를 압박했다. 이에 김 대표는 김 대통령과의 주례회동 면전에서 탈당을 통보했다. 김 대통령조차 깜짝 놀란 승부수였다.


이준석 대표가 지난 4일 이 사례를 직접 언급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대표는 "김종필 총재를 민자당에서 거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김 총재가 갈라섰고, 그 뒤 총선에서 신한국당은 과반 의석을 만들어내는데 실패했다"며 "김영삼 대통령은 과오를 인정하고 김종필 총재와의 결별을 후회했다"고 상기시켰다.


이같은 여권 비주류발 정계개편 시나리오는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학살' 등 여권내 분란이 일어난다는 전제 아래, 이와 맞물리며 현실화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야권발 정계개편은 허다…원심력 낮아
정진석 "민주당이 분열 요인 더 크다"
이재명 기소, 분당 가능성엔 '마이너스'
피선거권 제한시 대선후보 자동 탈환


야권발 정계개편 사례는 허다하다. 야당은 여당보다 구심력이 떨어지고 원심력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16석 야당(민주평화당)도 수틀리면 11석(대안신당)과 5석(민평당)으로 분당되는 게 야당"이라며 웃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9일 정계개편과 관련해 "정치는 늘 생물과 같아서 변화무쌍하다"면서도 "예측할 수는 없지만 분열 요인은 단언컨대 우리보다 민주당이 더 크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다만 현 시점에서의 분당 가능성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8·28 전당대회 전까지는 '분당설'이 비등했지만, 전당대회를 치르고난 뒤 오히려 수그러들었다. 분당을 견인할 대권주자급 정치지도자가 부재하고, 뛰쳐나올 국회의원들이 당선될 지역기반이 부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장 성공적인 분당 사례로 꼽히는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분당은 호남의 비주류 의원들에 대권주자인 안철수 대표가 가세했다. 또 호남 민심은 새정치연합 '문재인 체제'에 극히 적대적이었다. 이 두 가지 요소가 결합해 폭발력을 발휘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에는 이재명 대표에 비견할만한 비주류 정치지도자가 없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이낙연 전 대표가 미국에서 재기를 노리지만, 최측근 윤영찬 의원조차 전당대회에서 지도부에 밀어넣지 못할 정도"라며 "갤럽에서 1% 이상 잡히는 차기 대권주자가 이재명·이낙연 둘밖에 없는 만큼, 다른 사람을 거론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잘라말했다.


호남 민심도 '분당' 방향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6·1 지방선거 광주에서의 낮은 투표율이나 8·28 전당대회에서의 저조한 투표율 등을 '신호'로 거론하지만, 이는 '이재명 체제'를 향해있다기보다는 오히려 호남의 현역 의원들을 향해있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광주시당위원장 경선에서 현역 이병훈 의원에 맞서 그냥 평당원인 최회용 씨가 나섰는데, 놀랍게도 최 씨가 40%를 득표했다"며 "여러 징후로 볼 때, 호남에 야권발 정계개편을 촉발할 에너지가 존재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재명 대표에 대한 기소도 민주당 분당 등 야권발 정계개편을 촉진하기는 커녕 저해하는 요소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는다면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비주류의 입장에서 보면 당에 가만히 남아있더라도 당권과 차기 대선후보의 자리를 탈환할 수 있는 셈이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분당이란 '최후의 카드'인 만큼 민주당이 완전히 '이재명의 민주당'이 돼서 총선 공천부터 차기 대선후보까지 어떻게 해볼 여지가 없어져야 결행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 대표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가 된 지금 상황은 오히려 상황이 반대"라고 관측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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