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순위전 걱정했던 황정미, 골프인생 새옹지마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2.09.05 07:27 수정 2022.09.05 07:29

연장 접전 끝에 디펜딩 챔피언 김수지 물리치고 우승

시드순위전까지 치렀던 지난 시즌이 가장 힘든 기억

그토록 기다렸던 첫 우승이다. 황정미가 KLPGA 투어 65번째 경기 만에 커리어 첫 우승을 달성했다.


황정미는 4일 경기도 용인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제11회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 마지막 날 3라운드에서 연장 접전 끝에 디펜딩 챔피언 김수지를 꺾고 감격적인 첫 우승을 차지했다.


황정미의 골프 인생은 말 그대로 새옹지마와 다름없다. 프로가 되고 난 뒤 천당과 지옥을 모두 맛 보았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뽑힌 황정미는 여자 골프계에서 주목받는 유망주였다. 이후 수순대로 2017년 프로가 되었고 창창한 앞길이 열리는 듯 했다.


하지만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무려 3년간 2부 리그격인 드림 투어에서 뛰었고 우승 경험은 한 번도 없었다. 준우승 5회, TOP10 13번이 황정미 커리어의 전부였다.


이후 2020년 천신만고 끝에 정규 투어 무대에 입성했지만 난관은 계속됐다. 특히 지난해는 황정미에게 가장 힘든 시즌이었다. 상금랭킹 65위에 머물면서 이번 시즌 시드를 확보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시드 순위전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절치부심한 올 시즌, 황정미는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5월 열린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준우승 시동을 건 황정미는 다시 두 달 뒤 호반 서울신문 위민스 클래식에서의 2위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시작했다.


최근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하반기 첫 대회인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는 47위에 머물렀고 직후 열린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에서는 컷 탈락, 급기야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는 기권을 선언했다.


우승을 확정한 황정미는 의외로 덤덤했다. 그는 “예상치 못하게 우승이 빨리 찾아왔다. 기쁘다. 우승이라는 단어 자체가 멀게 만 느껴지고, 꿈같은 단어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우승으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챔피언조에서 함께 경기를 펼친 디펜딩 챔피언 김수지의 존재는 상당한 압박인 모양이었다. 황정미는 “챔피언 조에서 경기를 하다 보니 초반에 긴장을 많이 했다. 마음을 평온하게 다스리려고 했는데 1번, 3번 홀에 보기가 나오면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라며 “9번, 10번 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면서 좋았던 페이스를 찾았던 것 같다. 16번 홀을 시작하기 전 리더보드를 봤는데, 생각보다 타수 차가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우승에 대한 생각 보다는 남은 3개 홀을 멋지게 마무리하자는 생각이었다”라고 말했다.


우승의 원동력은 역시나 훈련이었다. 황정미는 “지난해 평소 자신 있던 샷이 잘 안되면서 오히려 쇼트 게임이나 퍼트가 훈련됐던 것 같다. 또 이번 주부터 샷감이 잡히면서 샷, 퍼트, 쇼트게임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우승을 확정한 연장전 버디 퍼트에도 자신이 있었다고 밝힌 황정미다. 그는 “1라운드부터 비슷한 퍼트가 많아 자신이 있었다. 퍼트가 들어가는 순간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빙그레 웃었다.


가장 힘든 순간은 역시나 고전을 이어갔던 지난해다. 황정미는 “지난해 자신 있던 샷이 잘 안되고, 시드 순위전까지 가게 되면서 정신적으로 힘든 한 해를 보냈다. 가장 기뻤던 순간은 지금 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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