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 팬도 말리는 은퇴’ 이대호 이날도 홈런…추신수 눈물·김광현 인사
입력 2022.08.29 09:09
수정 2022.08.29 09:11
인천 은퇴투어 경기 종반 역전 결승 투런 홈런
냉정한 승부 속에도 존경과 예우 관통한 훈훈한 하루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가 은퇴투어 경기에서도 역전 결승포를 터뜨렸다.
이대호는 28일 인천 문학 SSG필드서 펼쳐진 ‘2022 KBO리그’ SSG랜더스전에서 1-2 끌려가던 7회 2사 1루에서 좌완 김택형 포크볼(시속 131km)을 받아 쳐 왼쪽 담장 넘어가는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대호는 ‘슈퍼스타’답게 짜릿한 한 방으로 마지막 인천 경기를 수놓으며 롯데에 4-2 역전승을 선물했다. 롯데 팬들은 물론이고 SSG 팬들도 ‘이대호의 은퇴는 아직 이르다’ ‘쓱(SSG) 팬들로 말리는 이대호 은퇴’와 같은 응원 문구를 들고 이대호 활약에 박수를 보냈다.
승리를 향한 승부 자체는 냉정하고 팽팽했지만, 레전드에 대한 존중과 예우는 이날 하루를 관통했다. 이대호를 향한 SSG 팬들과 선수들, 구단의 존중과 정성은 모처럼 야구판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경기 전 3루 게이트에서 SSG팬들을 상대로 사인회를 가졌다. 사인회가 끝난 뒤에는 ‘30년 지기’ 추신수가 간식차를 제공했다. 간식차에는 이대호와 추신수의 초등학교 시절부터 메이저리그에서 재회 사진이 가득했다. 이대호는 추신수의 권유로 부산 수영초등학교에서 함께 야구를 시작했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친구에게 애틋한 영상 편지를 전하며 눈물을 훔친 추신수는 이대호와 뜨거운 포옹도 나눴다.
SSG 구단은 '조선의 4번 타자'라는 이대호 별명에 걸맞은 조선의 마패를 제작해 전달했다. 데뷔 첫 홈런을 인천에서 기록한 이대호에게 프로데뷔 첫 홈런 기념구까지 증정했다.
경기 중에는 선발 김광현이 1회초 이대호가 첫 타석에 들어서자 마운드에서 모자를 벗고 허리를 숙여 인사하며 존경을 표했다. 이대호는 헬멧을 벗고 화답했다. 경기 후 이대호는 중계방송사 인터뷰에서 “나의 은퇴를 많이 아쉬워하더라. 후배가 예의를 표해줬는데 너무 고맙더라”고 말했다.
승리투수가 될 기회를 앗아간 이대호의 홈런을 보며 김광현은 오히려 고개를 끄덕였다. SSG팬들도 “이대호에게 맞은 홈런이라면 오늘 하루쯤은 괜찮다”며 레전드의 마지막 인천 방문경기를 추억으로 남겼다.
“이대호를 이대로 보낼 수 없다”는 팬들의 아쉬움은 경기를 치를수록 짙어 지고 있다. 이대호는 최근 5경기에서 무려 3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팀 내에서 타율-홈런-안타-타점-OPS 등 대부분의 공격 지표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대로 이대호를 보낼 수 없다'는 팬들의 아쉬움은 그의 뜨거운 방망이를 타고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