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외식업계, 치솟는 물가에 추석 대목 사라질까 ‘노심초사’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2.08.02 06:43
수정 2022.08.01 17:22

성수품 줄인상, 명절 상차림 비용 압박

정부, 8월 초 성수품 수급 대책 발표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에도 협조 당부

소비자도 부담…지갑 닫을 가능성 높아

추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통·외식업계 걱정이 커지고 있다. 주요 추석 성수품 가격이 크게 오른데다, 환율 상승, 손실보전금 지급 등 소비자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늘면서 소비가 줄지도 모른다는 전망 때문이다.


정부가 ‘물가 폭탄’을 잡기 위해 추석 두 달전부터 성수품 수급 관리에 나섰지만, 고물가 속 소비자가 체감할 만한 가격으로 끌어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배추·양파·축산물 등 성수품 가격이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면서 명절 상차림 비용을 압박하고 있다.


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 등에 따르면 정부가 추석 성수품으로 지정한 배추·무·사과·배·달걀·닭고기·소고기·돼지고기·밤·대추·마늘·양파·감자 13개 품목 중 출하 전인 사과와 배, 달걀을 제외한 10개 품목의 이달 평균 가격은 작년 같은달 대비 급등했다.


축산물 가격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우 안심 100g 가격은 지난 28일 1만6694원으로 지난해 1만6415원 대비 1.7% 올랐다. 같은 기간 삼겹살도 지난해 2660원에서 2709원으로 1.8% 상승했다. 닭고기(1kg) 역시 5676원으로 (2021 5608원) 1.2% 올랐다.


추석이 한 달여 남짓 남은 상황에서 성수품 물가가 오름세를 보이자 정부는 수급안정에 부심하고 있다. 물가 당국은 6월에 6%를 기록한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휴가철과 이른 추석으로 인한 수요가 겹치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담긴 추석 성수품 수급 대책을 이달 중 내놓을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물가 상승에 대응해 할인 사업 등과 함께 추석 13대 성수품에 대한 수급 대책을 조만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대형 유통업체 대상 추석 물가 안정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GS리테일, 하나로마트 등 5개 대형 유통업체 임원진과 만나 추석 물가 안정 대책을 논의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추석 성수품 수요에 따른 가격불안 요인도 상존하는 만큼, 물가안정을 위한 정책 노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며 “비축물량 조기방출 등 농축수산물 공급확대, 할인행사를 비릇한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8월 중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성수기 ‘불똥’ 튀나…자구책 마련에 속도


유통채널은 대목을 놓칠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돈이 풀리면 소비자나 판매자 모두에게 이득이지만 가격이 급등할 경우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해 지갑을 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사태 이후 왕래를 하지 않고 제사 역시 생략하는 문화가 정착하고 있단 점도 변수다.


대형마트 업계는 자구책 마련에 힘을 쓰고 있다. 추석 수요를 잡기 위해 다양한 할인 경쟁을 펼치는 것이 대표적이다. 여름휴가 성수기를 맞아 대규모 할인 행사에 돌입한다. 최근 물가 상승을 고려해 가격 경쟁력 확보에 중점을 뒀다.


다만 유통업체 재고부담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은 큰 고민거리다. 채소, 과일, 육류와 같은 신선식품은 대부분 장기간 보관이 힘들기 때문에 추석을 대비해 물량을 대폭 늘리는데 이를 제때 소진하지 못할 경우 고스란히 업체 손해로 이어지게 된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명절 제수용품 및 일반상품은 작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준비했지만, 지난해 추석과 비교해 전체 선물세트를 10%가량 늘려 물량을 확보한 상황이다”며 “대부분의 대형마트는 직매입이기 때문에 판매하지 못 한 상품은 폐기한다”고 말했다.


가장 걱정이 많은 곳은 외식업계다. 코로나 사태 이후 ‘추석대목’은 자영업자들에게 먼 이야기가 된지 오래다. 고물가 현상에 이어 코로나19까지 재확산세를 보이면서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임금 인상 및 대외 변수와 결합해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분위기다.


더욱이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은 실제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개인은 임금 상승을 요구하고, 기업들은 임금 인상 부담으로 재화와 서비스 가격을 올리면서 다시 물가 상승을 초래하는 ‘인플레이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의 수준과 상승폭이 모두 역대 최고를 기록함에 따라 도대체 물가가 언제쯤 정점을 찍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재정·통화 수장들과 경제전문가들은 대체로 올해 3분기 말이나 4분기 초를 꼽고 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이 변수다.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0대)씨는 “코로나가 오기 전에는 한 해 중 가장 바쁜 날이 추석이었다”며 “지금은 전혀 기대가 안 된다. 추석에 매출이 오를 것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장사를 그래도 이어가야 하니까 가게를 열 예정이다”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소비자들도 당장 다가 올 추석을 걱정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불경기가 장기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 인상 부담까지 맞물리면서 목돈이 나가는 명절에 대한 걱정을 하는 시민들이 하나 둘 늘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 장모(30대)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 명절에는 시댁과 친정에 용돈만 조금 보내드리고 이동을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며 “물가상승에 따른 부담으로 명절 음식 대부분 가정간편식 등으로 대체하거나 아예 배달 시켜 먹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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