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택한 이재명·노무현 택한 박용진…왜?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입력 2022.07.19 01:00
수정 2022.07.18 23:27

李, 盧·文 언급 없이 DJ만 언급…첫 공식 일정도 DJ 묘역 참배

"DJ, 정말 닮고 싶은 위대한 지도자…DJ 길, 민주당 가야할 길"

朴, 盧 '공터 연설'로 유명한 부산 강서 명지시장에서 출마 선언

"노무현 도전처럼 '어대명' 절망적 체념 맞서 역동성 깨우겠다"

더불어민주당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의원(초선·인천 계양을)이 연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정신'을 소환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7일 8·28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고 18일 첫 공식 일정을 소화하면서, 민주당이 배출한 세 명의 전직 대통령(김대중·노무현·문재인) 중 DJ만 계속 언급하고 있다. 한편 각종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이 의원(1위)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는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 생)'의 박용진 의원(재선·서울 강북을)은 적극적으로 '노무현 마케팅'을 펼치는 모습이다.


이 의원은 18일 당권 도전 선언 후 첫 공식 일정으로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 있는 DJ 묘소를 찾았다. 그는 방명록에 "'상인적 현실 감각과 서생적 문제 의식'으로 강하고 유능한 민주당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해당 문구는 이 의원이 전날(17일)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할 때도 언급했던 내용이다.


이 의원은 DJ 묘역 참배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대통령은 긴 세월 탄압 받고 정적으로부터 공격을 당하면서도 결국 통합의 정신으로 유능함을 증명해 수평적 정권교체를 만들었다"며 "개인적으로 정말로 닮고 싶은 근현대사의 위대한 지도자라는 생각으로 오늘 첫 일정으로 찾아뵙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국민의 삶이 위협받는 위기의 시대, 당 대표로 출마하며 가장 먼저 김대중 대통령님의 모습이 떠올랐다"며 "김대중 대통령께서 강조하신 '서생의 문제 의식과 상인의 현실 감각'이 바로 제가 늘 말한 '민생중심 개혁적 실용주의' 노선이다. 강한 야당의 대표로서 민주당을 서민과 중산층의 당으로 바로 세우고, 위기 극복 총사령관으로서 전대미문의 IMF 경제 위기를 이겨낸 김대중 대통령의 길이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대통령님이 그러하셨듯 이기는 민주당을 만드는 데 저 자신을 온전히 던지겠다"고 했다.


이처럼 이 의원이 대선 때와는 달리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은 입에 올리지 않고, 거듭 DJ만 외치는 것은 친문(친문재인)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의 민심과 당심을 선점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또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 여론이 여전히 적지 않은 만큼, 논쟁이 될 만한 이슈는 굳이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친명계의 한 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 의원이 DJ만 언급하고 있는 배경과 관련해 "지금 이 의원은 대선이 아니라 당권 도전에 나선 것"이라며 "민주당의 비전과 혁신이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초석을 다지셨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경제적 업적에 대한 높은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은 국민의힘 후보와의 싸움인 만큼 민주당 출신 전직 대통령의 정신을 모두 계승하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호남 표심 선점이 중요한 당권 싸움이니 DJ를 집중적으로 언급한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부산 강서구 명지시장 공터에서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했다. 이 곳은 노 전 대통령이 2000년 16대 총선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서울 종로 지역구를 포기하고 험지인 북강서을에 출마했을 때 청중 없는 연설로 화제가 됐었다.


박 의원은 "당 안에 있는 진영 대립의 낡은 정치, 우리 정치 갉아먹는 보수·진보의 증오·갈등, 민주당 내부의 계파 독점 악성 팬덤에 끌려가는 낡은 기득권 정치를 타파하고 여러분과 함께 22년 전 노무현처럼 우리 정치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서 성큼성큼 도전하겠다"며 출마 선언을 했다. 그러면서 "노무현의 도전처럼 민주당을 짓누르고 있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절망적 체념에 맞서 민주당의 역동성을 깨우겠다"고 했다.


박 의원은 출마 선언을 마친 뒤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방선거에서 다시 어려워진 부산에서 시작합니다"라며 "부산에서 콩이면 광주에서도 콩인 상식적인 세상을 만들겠다. 부산에서 당선되고 광주에서도 당선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 반드시 확 달라진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 만들겠다"고 했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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