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부실대출 '역대 최소'…금융지원 착시 심화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2.06.23 06:00
수정 2022.06.22 10:46

고정이하여신 1년 새 1조↓

건전성 관리 긴장감 확산

국내 4대 은행의 부실대출 규모가 1년 새 1조원 넘게 축소되며 역대 최소 기록을 다시 쓴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행된 금융지원 정책으로 리스크가 억눌리면서 발생한 착시 현상이 심화되고 있을 뿐, 실제 여신 건전성이 개선됐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와중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 종료 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출의 질 관리를 둘러싼 은행권의 긴장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이 보유한 고정이하여신은 총 2조77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1% 줄며 사상 최소치를 경신했다. 액수로 따지면 9298억원 감소했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3개월 넘게 연체된 대출을 가리키는 말로, 통상 부실채권을 분류할 때 잣대로 쓰인다. 금융사들은 대출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신한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이 8002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3.3% 줄었다. 하나은행 역시 7151억원으로, 국민은행은 6998억원으로 각각 23.2%와 23.7%씩 해당 금액이 감소했다. 우리은행의 고정이하여신도 5575억원으로 31.2% 줄었다.


은행 여신을 둘러싼 위험이 축소된 배경에는 정책적 효과가 자리하고 있다. 금융권은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 방안에 따라 2020년 4월부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원금 상환의 만기를 연장해주고 이자 상환을 유예해주고 있다. 당장 원금이나 이자를 갚기 어려워 연체로 잡혀야 할 대출이 수면 아래에 억눌려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의 적용을 받고 있는 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총 133조7000억원에 이른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이 90조1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정책금융기관 40조원, 제2금융권 3조6000억원 등이다.


문제는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오는 9월 종료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억지로 눌러놓은 부실 대출이 한꺼번에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설상가상으로 금리 인상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로 인해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날수록 한계 상황에 봉착하는 차주도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올해 1월과 4월, 7월 새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75%까지 올려놓은 상태다. 이런 와중 이번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한은 기준금리도 더욱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릴 공산이 커졌다. 당장 다음 달 기준금리를 0.5%p 인상하는 한은의 빅스텝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도 경고음을 내고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코로나19 금융지원으로 부도율이 과소평가될 가능성이 크다며 "보수적인 미래전망을 반영해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는 등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원 종료에 맞춰 취약 차주에 대한 사전 관리 강화와 연착륙 유도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