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외화차입, 올해만 4조5천억↑…유동성 '시험대'
입력 2022.06.21 06:00
수정 2022.11.16 09:51
1분기 평잔 36조원 육박
빚 통한 자금 조달 우려
국내 4대 은행이 경영 안정화를 위해 외부에서 빌려 온 외화가 올해 들어서만 4조5000억원 넘게 불어나면서 35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안이 확산되자 위기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국면을 거치며 은행권의 외화 유동성이 눈에 띄게 악화된 가운데, 빚을 늘려 외화를 메꾸고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개 은행의 올해 1분기 외화 차입금 평균 잔액은 총 35조958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4.3% 늘었다. 액수로 따지면 4조5076억원 증가했다.
이처럼 차입이 늘고 있다는 것은 자체 이익만으로 경영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고, 외부 수혈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차입금은 기업이 운영 자금이나 투자금을 조달하고자 외부 기관으로부터 빌린 돈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개인이 금융사에서 받은 대출처럼, 기업도 일정 기한이 지나면 차입금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한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국민은행의 외화 차입금 평균 잔액이 14조8076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6.9%나 늘며 최대를 나타냈다. 우리은행 역시 7조8738억원으로, 신한은행도 7조616억원으로 각각 15.7%와 7.3%씩 해당 금액이 증가했다. 조사 대상 은행 중에서는 하나은행의 외화 차입금 평균 잔액만 6조2155억원으로 14.3% 줄었다.
은행권이 빚을 확대해 가면서까지 외화를 쌓는데 주력하고 있는 배경에는 여의치 않은 대내외 여건이 자리하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혹시 모를 리스크에 대비한 완충 장치 강화 차원에서 외화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은 그 어느 때보다 커져 있는 상태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긴축 강화와 더불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그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연착륙 과정에서의 혼란 등이 겹치면서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은행권의 외화 유동성이 크게 약화돼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대 은행의 지난해 말 평균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109.2%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직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해 11.2%p 떨어졌다. 은행의 외화 LCR이 떨어졌다는 것은 그 만큼 외환 위험 발생에 대한 대비 수준이 이전보다 나빠졌다는 의미다.
다만 결국 언젠가 갚아야 할 빚인 외부 차입을 통한 외화 조달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더구나 국내외 금리 상승이 본격화하면서 차입금에 따른 이자 부담 증대는 중장기적으로 은행 경영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4대 은행이 외화차입금에 지급한 평균 금리는 올해 1분기 기준 0.36%로, 이에 따른 이자만 1386억원에 이른다는 추산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향후 연착륙 과정에서의 금융시장 불안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은행권도 보다 근본적인 외화 유동성 확보 방안에 보다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