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준우승 주역들, 잘 성장하고 있나요? [김평호의 인상팍!]
입력 2022.06.18 07:00
수정 2022.06.18 09:54
2019년 U-20 월드컵 준우승 주역들, 3년 뒤 한일전서 참패
월드컵 이후 소속팀서 많은 경기 뛰지 못하며 성장 지체
모험적인 도전 등 발전 위해 노력하는 모습 필요
한국 축구가 또 다시 한일전 참사를 겪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은 지난 12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파흐타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0-3으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 축구는 지난해 3월 A대표팀이 일본 원정서 0-3 패배를 기록한 데 이어 연령대 대표팀서 또 다시 굴욕적인 스코어로 패하고 말았다.
그나마 A대표팀의 경우 유럽파 등 주축 선수가 대부분 나서지 않은 1.5군급 전력이었고, 원정 경기의 불리함도 있었다.
하지만 황선홍호는 달랐다. 이번 U-23 대표팀은 오는 9월 정상적으로 아시안게임이 열렸다면 나가야 하는 주축 멤버였다. 반면 일본은 2024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이번 대회에 21세 이하(U-21) 팀을 파견했는데 한국은 전반전에는 유효 슈팅을 단 한 개도 기록하지 못할 정도로 경기력에서 완벽하게 밀렸다.
더 충격적인 것은 현재 멤버들이 3년 전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서 준우승을 차지한 주역들이었다는 점이다.
이번 U-23 아시안컵에 나선 대표팀에는 이강인(마요르카), 조영욱(FC서울), 오세훈(시미즈), 최준(부산), 김현우(울산 현대), 고재현(대구FC) 등 U-20 월드컵 주역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하지만 3년 간 이들은 성장 속도는 더뎠다. U-20 월드컵 활약을 바탕으로 유럽에 진출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오히려 소속팀에서도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하며 성장이 지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에이스 이강인은 발렌시아서 주전 경쟁서 밀려난 뒤 이적한 마요르카에서도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A대표팀에서도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올해 2월 K리그1 울산 현대를 떠나 일본 시미즈로 무대를 옮긴 오세훈이 소속팀 주전 경쟁서 밀려나면서 이번 U-23 아시안컵에서 부진한 경기력을 보였다.
U-20 월드컵 당시 크로아티아 리그 디나모 자그레브에서 활약하던 김현우는 친정팀 울산으로 임대 이적했지만 주전 경쟁서 밀려나며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주전 수비수 이상민(충남 아산)의 코로나19 감염으로 한일전에 나선 김현우는 0-3 완패의 중심에 섰다. 특히 그는 전반 한 차례 실점 위기와 후반 추가 실점 상황에서 세컨볼 커버에 들어가지 않으며 투지마저 실종된 모습이었다.
U-20 월드컵 이후 성장세가 두드러진 선수는 소속팀서 주축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조영욱(FC서울)과 엄원상(울산 현대) 정도다.
이번 대회 주장 완장을 차고 나선 최준은 부산 아이파크서 주전으로 나서고 있지만 팀이 2부리그에서도 하위권에 머물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월드컵에서 주장으로 활약했던 황태현(서울이랜드), 눈부신 선방쇼를 펼쳤던 골키퍼 이광연(강원FC), 주축 수비수로 자리 잡았던 이재익(서울이랜드), 이지솔(제주)은 모두 이번 U-23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U-20 월드컵 준우승의 감격은 이미 지난 일이 됐다. 과거 영광에 안주하고 더 발전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또 다시 한일전 참사와 같은 굴욕을 겪을 수 있다.
“‘이만하면 됐다’고 할 때 위기가 온다. 더 발전하고 노력해야 한다. 지금보다 더 발전하는 상황을 생각하고 노력해야 발전할 수 있다.”
손흥민(토트넘)을 세계적인 공격수로 키워낸 아버지 손웅정씨가 한 말을 한국 축구의 기대주들 모두가 되새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