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한일전 참사, 강하게 크는 이강인
입력 2022.06.14 00:00
수정 2022.06.13 19:26
2년 새 A대표팀과 연령대서 치른 한일전서 모두 0-3 패배
축구 인생서 잊지 못할 경험, 성장 위한 자양분 될지 관심
한국 축구 기대주 이강인(마요르카)에게 한일전은 어떤 의미일까.
이강인은 최근 2년 동안 무려 2번의 한일전 참사를 겪었다. 지난해 3월 A대표팀에 발탁돼 일본 원정길에 나섰다가 0-3 패배를 경험했고, 지난 12일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에서 또 한 번 0-3 패배를 겪었다.
누구도 경험하고 싶지 않은 한일전 치욕을 이강인은 지난해부터 매년 겪고 있다.
A대표팀으로 나선 지난해 한일전은 이강인에게 큰 상처를 줬다. 당시 자신에게 맞지 않은 옷인 ‘제로톱’으로 나선 이강인은 제대로 능력도 발휘해보지 못한 채 전반 45분만 소화하고 교체됐다.
한일전 이후 이강인은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강인이 빠진 A대표팀은 이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순항하며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했다. 오는 11월 월드컵 본선 무대가 막이 오르는 가운데 이강인이 벤투호에 승선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연령대 대표팀에서 자리를 잡은 이강인은 U-23 아시안컵 일본과 8강전서 선발 출전했지만 팀의 대패를 막지 못했다.
비록 팀은 패했지만 이강인은 홀로 분전하며 자존심을 세웠다.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그는 공수를 넘나들며 활약했다.
넓은 시야와 정확한 패싱력으로 공격의 물꼬를 텄고, 탈압박 능력은 여전했다. 간혹 스피드를 활용한 번뜩이는 돌파를 통해 일본 수비진을 곤경에 빠뜨리기도 했다.
이강인의 존재를 빠르게 파악한 일본은 강한 압박과 거친 파울로 끈질기게 괴롭혔다. 하지만 이강인은 상대 압박을 피해 정확한 패스와 드리블 돌파로 활로를 열었다.
하지만 이강인 홀로는 역부족이었다. 전반 22분 만에 선제골을 내준 대표팀은 후반 시작과 함께 일본을 강하게 몰아쳤지만 동점골에 실패했고, 오히려 상대 역습에 2골을 추가로 실점하며 무너졌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이강인은 또 한 번 아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하며 패배 아픔을 곱씹었다.
물론 이강인에게 한일전이 안 좋은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3년 전 열린 U-20 월드컵 16강전에서는 오세훈과 함께 선발 투톱으로 출전해 1-0 승리를 이끈 바 있다.
이후 축구 인생서 잊지 못할 한일전 참사를 2년 새 두 번이나 겪었지만 ‘쓰디쓴 보약’으로 여긴다면 선수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비를 맞지 않고 크는 나무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