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올 여름 150달러 간다...국내 증시 영향은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2.06.13 05:00
수정 2022.06.10 17:17

3개월만에 120달러↑...수요 폭발

JP모건 회장 “150~175달러까지”

올해 기업 영업익 역성장 전망도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유가 동향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2분기 한때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120달러를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올해 여름 유가가 150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고유가 장기화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감소가 예상된다. 반대로 시장에선 유가 상승을 방어할 수 있는 에너지 업종이 부각되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에쓰오일은 12만1500원으로 마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8만3600원이던 주가는 이날까지 45.3% 급등했다.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24.8%)과 GS(16.5%)도 상승했다. 유가 강세로 국내 정유 업체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진 덕분이다.


반면 유가 상승에 원재료비 부담이 커진 화학업종은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이 기간 롯데케미칼 주가는 약 7% 하락했고 대한유화도 4.5% 내렸다.


최근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12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WTI는 지난 8일 122.11달러로 3개월 만에 120달러대를 돌파했다. 유가는 러시아 원유 제재 지속과 공급 부족 우려 속 미국과 중국의 수요는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에 급등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3일까지 일주일간 휘발유 재고가 81만2000배럴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전역의 평균 휘발유 값은 갤런당 4.95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휘발유 가격이 오르고 있음에도 수요는 강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미국의 여름 휴가철이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여름에 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배럴달 140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 최대 상품거래회사인 트라피구라와 JP모건 회장도 각각 유가가 올해 연말 150달러 혹은 150~17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러시아 원유에 대한 기피 심리와 OPEC플러스(OPEC+)의 제한된 증산, 석유 재고 부족과 계절적 성수기 진입이라는 환경은 고유가 국면을 장기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고유가 현상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일부 업종이 아닌 대부분의 산업과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추정한 올해 한국의 영업이익률은 8.4%다. 과거 20년간의 평균(7.3%)대비 1%p 이상 높은 수준이지만 원가 부담이 커지게 되면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수준의 유가가 이어진다면 기업의 이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면서 “만약 과거 평균 수준까지 영업이익률이 낮아진다면 올해 한국 영업이익은 213조원으로, 작년 217조원 대비 역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긴축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유가 상승이 하반기 주식시장 회복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정책보다 유가 상승이 글로벌 경제에 더 치명적일 가능성이 높고, 이는 주식시장 회복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며 “유가 고공행진이 이어질 가능성을 감안할 때 에너지·소재 업종에 대한 선호를 좀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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