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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돌발 결정’에 금감원 재등장…유증 진행될까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4.10.31 18:10
수정 2024.10.31 19:05

금감원 긴급 브리핑 개최…고려아연 증권신고서 충실 기재 여부 등 심사

자사주 공개매수 종료 전 유증 결정 뒤 불성실 공시 여부 지적 제기

금감원의 정정 요구 등 압박 시 고려아연 유증 추진도 불투명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3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자본시장 현안 관련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추진이 금융감독원이 도마에 올랐다. 고려아연이 시장 예상을 벗어나 유증을 발표하자 불법행위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제기하며 규제기관으로서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의 결정에 따라 고려아연의 유증 추진에 제동이 걸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31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금감원도 시장의 불안과 우려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시장의 눈높이에서 증권신고서의 충실 기재 여부 등을 살펴보고 진행 중인 불공정거래 조사와도 연계해 살펴볼 방침”이라고 밝혔다.


함 부원장은 증자의 목적, 배경, 회사와 기존 주주에 미치는 영향, 근본 증자가 공개매수 시 밝힌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되는지 여부, 관련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기재돼 있는지 여부 등 시장과 투자자가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해 철저히 심사하겠다고 강조했다.


먼저 불공정거래 조사와 관련해서는 ▲양측의 공개매수 과정에서 근거 없는 특정 세력과의 결탁설 ▲ 주주 간 계약 및 공개 매수 규모 관련 각종 통문 유포는 물론 공시 서류 간 모순되는 기재 내용을 활용한 위계 사용 등의 부정거래 행위 ▲공개매수 방해 또는 성공 목적의 인위적 주가 변동 등 시세 조정 또는 시장 교란 공개매수 및 유상증자 정보 공개 전 애매한 임직원 및 준내부자의 미공개 정보 이용 행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 종료 전 유증을 계획하고도 이를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함 부원장은 “개연성 있는 혐의 내용을 중심으로 이미 구성된 조사 TF에서 집중 조사 중이며,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신속히 처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날 오전 미래에셋증권이 고려아연 공개매수·유상증자 과정에서 적절한 검토를 거쳤는지, 불공정거래 행위가 있었는지 등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미래에셋증권에 검사 인력을 파견하기도 했다.


함 부원장은 “공개매수 사무 취급자이자 유상증자의 모집 주선인인 증권사에 대한 검사를 착수했다”며 “특히 공개매수와 유상증자가 동시에 진행된 과정 등에 있어 법 위반 여부에 대해 신속히 점검하고 처리하겠다”고 언급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30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증을 하기로 했다. 이번 유상증자 물량은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소각 대상 자사주를 제외한 전체 발행주식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가운데 2조3000억원은 자사주 공개매수에 투입으로 발생한 채무를 상환하는 데 사용된다.


이에 시장에서는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빚을 지고 그 빚을 주주가 갚는다는 거센 반발이 있었다. 고려아연은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택하며 청약자 1인당 특별관계자를 포함해 약 11만2000주(공모주식의 3%)를 초과해 청약할 수 없도록 물량을 제한했는데 이 점도 논란이 됐다. 현실적으로 특별관계자를 걸러내기 어려워 실무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앞서 금감원은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간 합병 계획을 철회시킨 바 있다. 이번에도 강제적인 조치는 없더라도 정정 요구 등 압박에 나서면 고려아연도 유증을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금감원은 아직 정정 요구 여부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 함 부원장은 “정정 요구는 10일간의 리뷰 기간이 저희한테 주어져 있다”며 “법적으로 내달 14일이 효력 발생해 그전에는 저희가 리뷰할 수 있는 어느 정도 충분한 시간이 있고 그 기간 내에 정적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고려아연의 유증을 두고 “전혀 예상치 못한 고려아연 대규모 유증은 시장교란 행위”라는 내용의 논평을 배포했다.


포럼은 “차입을 통해 89만원에 자사주 매입하고 유상증자 통해 67만원(예정가)에 주식 발행하는 자해전략”이라며 “회사의 주인이 (전체)주주라고 생각한다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발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유증이 적대적 M&A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에 주주가치 제고에 더 나은 일이라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번 유증도 적대적 M&A를 막아 부적격한 사람들이 당사를 차지해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이슈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금감원은 이미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측의 여론전에도 경고한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8일에도 과열 양상을 보이는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대해 엄정한 관리·감독과 즉각적인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를 지시했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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