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미있는 서진…'호남 공략 체제' 남은 과제는
입력 2022.06.05 04:00
수정 2022.06.04 23:02
국힘, 광주시장·전북·전남지사 득표율 15%↑
광주 시의회, 전북·전남도의회 비례 1석 획득
이준석 "내년 4월 전주 보궐선거에서 이길 것"
"탈이념 2030 세대 끌어낼 정책적 행보 중요"
국민의힘이 호남지역에서 제2당으로 자리매김하며 서진에 성공했다. 지난 대선 때부터 광주·전북·전남지역에 지속적으로 공을 들여온 결과다. 이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년 4월 전주 보궐선거와 2년 뒤 총선에서의 성공을 위해 또 다른 정책적인 행보를 가시화하고 있다. 탈이념적인 성향을 나타내고 있는 젊은 층의 표심을 얻기위해 호남지역에 대한 경제발전 정책을 적극 추진할 태세이다.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호남 광역단체장 3곳(광주시장, 전북·전남지사) 선거에서 모두 15% 이상을 득표했다. 보수당이 호남 광역단체에서 15% 이상 득표율을 기록한 건 사상 처음이다.
세부적으로 광주시장에 출마한 국민의힘 주기환 후보는 15.90%(7만1062표)를 득표해 74.93%(33만4699표)를 획득한 민주당 강기정 후보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주 후보의 15.9%는 제5회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정용화 후보의 14.22%를 상회하는 수치로 광주 내 보수정당의 역대 최다 득표율이다. 전남지사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이정현 후보가 18.81%(16만7020표)를 얻어 민주당 김영록 후보(75.74%·67만2433표)에게 패배했다. 이 후보가 얻은 18.81%도 김대식 전남지사 후보가 제5회 지선에서 획득한 13.39%를 넘은 역대 최다 득표율이다.
전북지사 경쟁에 나선 국민의힘 조배숙 후보는 17.88%(12만8828표)를 얻어 82.11%(59만1510표)의 민주당 김관영 후보에게 패배했다. 조 후보의 득표율은 제5회 지선 당시 한나라당 정운천 후보가 기록한 18.20%의 득표율을 넘어서진 못했지만,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세 국민의힘 호남지역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지난 3월9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인 광주 12.7%, 전북 14.4%, 전남 11.4%를 상회하는 성적을 거뒀다.
국민의힘은 정당 득표에서 민주당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면서 광역의회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도출했다. 이번 지선 결과 국민의힘은 14.11%를 득표해 광주시의회 23석(비례 3석) 가운데 비례대표 1석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계열 보수 정당 후보가 광주시의회에 입성한 것은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조수봉 시의원이 비례대표로 당선된 뒤 27년 만이다. 국민의힘은 전남도의회 총 61석(비례 6석) 가운데 비례 1석, 전북도의회 총 40석(비례 4석) 중 비례 1석을 차지했다.
이 같은 결과는 '국정안정론'을 택한 민심과 지난 2020년 8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5·18 민주묘지 무릎 꿇기로 시작한 국민의힘의 서진정책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지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등 '탈이념'적인 모습을 보인 것도 호남 내 높은 득표율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서진정책을 지속할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우선 가장 가까운 선거인 내년 4월 전북 전주을 보궐선거에서 민주당과 정면승부를 벌일 계획이다. 전북 전주을은 무소속 이상직 의원이 선거법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잃게 되면서 공석이 된 자리다. 현실성 있는 후보를 전주을에 내 호남에 여당 국회의원을 배출하겠단 계획이다. 이준석 대표는 본인 페이스북에 "호남에 대한 국민의힘의 진지한 노력은 이제 내년 4월 전주 을 보궐선거에서 1차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이길 수 있는 후보를 공천해서 이겨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서진정책의 추가 결실을 위해 위기에 빠진 호남경제를 되살릴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전북 지역내총생산(GDRP)은 통계청 집계 결과 전국대비 3.7%에 불과한 12조8900만원으로 2020년 이후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이준석 대표도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광주에서 역사· 과거와의 대화를 시도했다면 전주나 전북 지역에선 일자리와 지역발전 이슈가 중요하다"며 "대선 당시 전북 지역 공약 등을 다시 한 번 챙기고, 이번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호남 의원 두 분께 호남 예산을 챙길 수 있도록 노력해 전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설명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 내홍이 민주당에 대한 호남의 실망을 자극해 민주당이 패배하는 형태가 됐지만 주목해야 할 건 광주 투표율이 37%에 불과해 여전히 국민의힘을 뽑고 싶다는 의중이 크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부터 윤석열 대통령을 거쳐 지역주의가 깨지고 있는 흐름은 뚜렷한 만큼 이념적으로 치우지지 않은 2030세대를 다시 투표장으로 불러올 수 있는 정책적 행보가 2년 뒤 호남 표심을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