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 딸 폭행한 남성, 쫓아가 때렸더니 맞고소 했습니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입력 2022.05.25 14:58
수정 2022.05.25 14:59

식당에서 14개월 된 아기가 의자에 앉아있다가 20대 남성에게 '묻지마 폭행'을 당한 가운데 아기의 부모가 오히려 가해자로 맞고소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경기 김포경찰서는 24일 김포시의 한 식당에서 유아용 의자를 넘어뜨려 다치게 한 혐의(상해)로 20대 남성 A씨를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YTN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이 식당에서 A씨는 저녁 식사를 하던 가족에게 다가가더니 한 살배기 아기가 앉아있던 유아용 의자를 뒤로 넘어뜨렸다. 이 모습은 폐쇄회로(CC)TV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밥을 먹던 아기 엄마 B씨는 황급히 손을 뻗어 잡아보려 했으나 사고는 순식간에 벌어졌다. B씨는 뒤로 넘어진 아기를 안아 올렸고, 아기 아빠는 가해 남성을 뒤쫓아 갔다.


B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우당탕당 소리가 들려서 옆을 보니까 아기 의자가 뒤로 넘어가 있었다"며 "아기는 바닥에 나뒹굴어서 자지러지게 울었다"라고 설명했다.


B씨는 다친 아기의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소아 환자를 받는 대형 병원 응급실은 드물었다. 어렵게 찾은 병원에서 아기는 뇌진탕 3주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아기는 사고 충격으로 종종 자다가 한 번씩 깨서 비명을 지르는 후유증에 시달린다고 한다.


가해자 A씨의 부모는 자신의 아들이 조현병 환자라면서 선처를 부탁했다. 하지만 B씨는 아기의 상태를 고려해 가해자를 경찰에 고소했다.


그런데 아기 아빠가 피의자로 입건됐다. B씨의 남편이 가해자를 쫓아가 뒤통수를 때렸기 때문이다.


아기 아빠는 "머리를 두 차례 정도 때린 것 같다"며 "적반하장 식으로 저도 똑같이 가해자로 몰아서 고소했을 때 기가 막혔다"고 토로했다.


아기 아빠는 은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지만, 사건이 종료된 이후에 때린 행위여서 정당방위가 성립되지 않았다. 결국 그는 검찰에 송치됐고 직장 징계위원회에도 회부될 처지에 놓였다.


그는 YTN에 "어느 아빠가 가만히 있을 수 있느냐"며 "내가 이성을 잃고 (A씨를 쫓아가 때린 탓에) 딸의 피해가 묻히는 것 같아 자책감 든다"고 전했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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