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고양이를 사랑한 천재 화가의 삶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2.04.21 14:08
수정 2022.04.21 14:09

영화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

주위를 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상당히 많아졌다. 반려동물이라면 일반적으로 개나 강아지를 떠올리지만 젊은 층은 고양이를 선호한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를 따르면 20·30대는 고양이를 키우는 비중이 높았고 50·60대는 강아지를 키우는 비중이 높았다. MZ세대들은 왜 고양이를 선호할까. 외로움을 더 많이 느낀다는 반증이다. 고양이는 강아지에 비해 주인의 우울함을 쉽게 알아차리고 주인에게 먼저 다가와 상호작용을 시도한다고 말한다. 고양이는 우울한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동물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루이스 웨인은 고양이 그림으로 유명한 영국 화가인데 최근 그의 전기 영화인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가 개봉했다.


귀족 출신이지만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집안의 가장이 된 루이스 웨인(베네딕트 컴버배치 분)는 가족의 생계를 도맡게 되어 화가의 재능을 살리지 못하고 힘겹게 살아간다. 그러던 중 동생들의 가정교사로 들어온 신분이 낮은 연상의 여인 에밀리(클레어 포이 분)를 보고 운명처럼 사랑에 빠진다.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에밀리와 결혼한 루이스는 고양이 피터와 함께 가정을 꾸려 인생의 행복을 만끽한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에밀리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그는 혼자 남게 된다.


루이스 웨인의 삶을 동화처럼 그려냈다. 실존 인물인 루이스 웨인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 의인화된 고양이 그림으로 유럽 전역에서 고양이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킨 유명한 화가다. 그의 일생을 담아낸 이번 작품은 밝고 경쾌하게 시작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피폐하고 어두워진다. 실제로 웨인은 조현병을 앓았다.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로 망상과 폭력성이 악화되자 가족들은 그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킨다. 그의 그림 스타일은 귀여운 고양이 모습에서 점점 추상화로 바뀌는데 작품을 통해서도 조현병 증세의 전개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영화는 웨인의 20대 젊은 시절부터 노년까지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를 살아 움직이는 유화처럼 아름다운 색상으로 묘사했다.


편견 없는 사랑은 아름답다. 당시는 고루하고 기이한 사회적 편견이 지배하던 때였다. 여성이 경제력을 갖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고 신분 차이가 나는 결혼도 쉽지 않았다. 신분이 다른 웨인과 에밀리의 결혼은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했지만 웨인은 아내가 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아낌없이 사랑한다. 또한 요물로 취급받던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당시 보수적인 문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어렸을 때부터 동물에 대한 사랑이 각별해 동물권 향상을 위해 앞장선 웨인을 통해 영화는 인간과 동물에 대한 편견 없는 사랑을 강조한다.


관객들에게 마음의 안정감을 준다. 영화는 루이스 웨인의 비극적 삶을 따뜻한 그림체로 표현해 보는 내내 마음의 안정을 안긴다. 특히 아날로그적인 영상 표현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완벽에 가까운 연기 또한 관객들의 공감을 사는 데 일조했다. 그림에 빠지고 사랑하는 여인에 빠지고 그리고 고양이에 빠진 천재 화가의 광기와 엉뚱한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어 공감도를 높였다.


20·30세대는 N포세대라고 불린다. 처음에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해 3포세대라고 했지만 집, 경력, 인간관계, 희망, 외모까지 점점 포기할 거리가 늘어 결국 셀 수 없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N포세대가 된 것이다. 연애를 상실당한 젊은 세대들은 사람에게 얻어야 할 사랑과 위로를 반려묘를 통해 얻고 있다. 영화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는 N포세대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양경미 /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