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료 없는 ‘기적남’ 에릭센, 손흥민·케인과 재회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2.04.18 08:11
수정 2022.04.19 08:24

선발 출전한 5경기에서 브렌트포드 전승..어느새 11위

전성기 기량 되찾는 듯한 움직임..빅클럽들고 다시 관심

크리스티안 에릭센(31)이 브렌트포드에서 기적을 쓰고 있다.


에릭센은 17일(한국시각) 영국 왓포드 비커리지 로드에서 펼쳐진 ‘2021-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3라운드 왓포드전에서 선발 출전, 후반 50분 프리킥 찬스에서 절묘한 크로스로 폰투스 얀손의 헤더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경기 후 '후스코어드닷컴'은 에릭센에게 가장 높은 평점을 매겼다.


종료 직전 터진 극적인 골로 브렌트포드는 시즌 첫 3연승을 질주, 어느새 EPL 순위 11위(승점39)로 올라섰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챔피언십에서 승격한 브렌트포드는 강등을 걱정했던 팀이지만 최근 6경기에서는 무려 5승을 챙겼다.


‘에릭센 효과’라 해도 지나친 평가가 아니다. 2월 27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을 통해 복귀한 에릭센이 선발 출전한 5경기에서 브렌트포드는 모두 이겼다. 에릭센이 결장한 경기에서만 패했다. 이 기간 에릭센은 1골 2도움을 기록했다. 브렌트포드 구단 역사상 최고의 영입 작품으로 꼽히는 이유다.


에릭센은 세계 축구계에서도 눈길을 모으는 ‘기적남’이다.


에릭센은 지난해 6월 유로 2020 조별리그 경기 도중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쓰러져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의료진이 긴급 투입돼 응급조치를 취했지만, 에릭센의 의식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병원 후송 후 심장 제세동기(ICD)의 도움을 받고서야 회복했다.


퇴원한 에릭센은 회복세를 보였지만 세리에A 규정상 ICD를 달고 경기에 출전할 수 없어 인터밀란과의 계약은 해지됐다. 좌절하지 않은 에릭센은 개인 훈련을 통해 감각을 유지했고, 지난 1월 브렌트포드와 계약해 EPL에 복귀했다. 이후 놀라운 활약으로 팀을 11위까지 끌어올렸다. 지난 3일 첼시전에서 터뜨린 결승골은 압권이었다.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를 극복한 뒤 전성기 기량을 되찾아가고 있는 에릭센은 이제 빅클럽들의 눈길도 모으고 있다. 데일리메일 등 영국 현지 언론들은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을 꾀하는 맨유가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에릭센과 오랜 시간 함께 했던 토트넘이나 중원에 무게를 더해야 하는 리버풀 등 EPL 여러 팀이 에릭센에게 관심을 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에릭센은 매우 친숙한 선수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토트넘에서 활약(305경기 69골 90도움)한 에릭센은 정교한 킥과 중거리 슈팅, 프리킥에서 강점을 보였다. 손흥민(30)과는 2015-16시즌부터 2019-20시즌 전반기까지 3년 넘게 호흡했고, 2018-19시즌에는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합작했다. 손흥민도 해리 케인도 최고의 플레이 메이커 에릭센의 기가 막힌 패스에 수차례 엄지를 치켜들었다.


에릭센 활약을 기억하는 토트넘 팬들은 돌아온 에릭센과 콘테 감독의 인연을 떠올리며 기분 좋은 상상도 하고 있다. 에릭센은 2020년 1월 토트넘을 떠나 인터밀란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감독이 콘테다. 이적 초기에는 콘테 감독의 스리백 전술에 적응하지 못했지만, 후반기 들어 핵심 전력으로 떠오르며 세리에A 우승에 일조했다.


에릭센과 브렌트포드와의 계약기간은 6개월. 브렌트포드와 재계약하지 않는다면, 이적료 없이 모든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다. 에릭센 본인도 EPL 잔류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브렌트포드는 오는 24일 홈에서 토트넘(EPL 34라운드)과 대결한다. 에릭센은 정들었던 손흥민-해리 케인 등과 오랜만에 재회한다. 손흥민과 케인은 에릭센이 쓰러진 이후 몇 차례나 그의 쾌유를 바라는 세리머니를 보여준 바 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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