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성범죄 이어 마약까지…위험 수위 넘나드는 10대 드라마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2.04.08 13:09
수정 2022.04.08 13:15

청소년 성범죄를 정면으로 다룬 넷플릭스 ‘인간수업’부터 소년범들의 이야기를 거쳐 마약 범죄를 저지르는 미성년자들까지. 10대들을 주인공으로 다루는 콘텐츠들이 늘고 있다. 다소 한정적이었던 10대 활용법이 다양해지면서 소재의 폭을 넓히기도 하지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중심으로 잔혹한 범죄물의 주인공이 되면서 우려의 시선도 이어지고 있다.


TV 플랫폼에서는 ‘10대 드라마’라고 하면 청량한 분위기에서 풋풋한 주인공들이 꿈과 우정, 사랑을 키우는 전개가 먼저 연상된다. 최근까지도 입시 경쟁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학교 2021’, 배드민턴계의 아이돌을 꿈꾸는 라켓소년단의 소년체전 도전기를 그린 ‘라켓소년단’ 등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의 10대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을 만났었다. 물론 ‘펜트하우스’, ‘스카이캐슬’처럼 교육, 입시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는 드라마에서는 10대들의 꿈과 우정이 다소 무겁게 그려지기도 했다.


장르물에도 10대들이 등장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방송된 SBS 드라마 ‘모범택시’에서는 의뢰인으로 학폭(학교폭력) 피해자가 등장, 주인공들이 가해자들을 응징하며 통쾌함을 선사한 바 있으며,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도 학내 괴롭힘을 당하던 주인공이 히어로로 거듭나는 과정이 그려졌다. 이 외에 OCN ‘보이스2’에서는 미성년자 성폭행 범죄에 대해 다루는 등 현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들을 담아내는 과정에서 10대들도 그 한축을 담당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20년, 온라인 성매매 등의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 이야기를 전면으로 다루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간수업’이 등장하면서 10대 드라마의 주제가 확장되기 시작했다. 이 드라마는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 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리면서 학교 내 폭력 문제는 물론, 디지털 성범죄와 같은 심각한 사회적 범죄를 과감하게 다뤄냈다.


TV 드라마와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여야 하는 OTT들이 다양한 장르, 소재의 시리즈물을 과감하게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10대 드라마에도 다양한 상상력이 가미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고등학생들이 좀비와 사투를 벌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을 비롯해 소년범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 10대들의 마약 범죄를 소재로 삼은 10대 누아르 드라마 시즌(seezn)의 ‘소년비행’까지. 다양한 10대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을 만났다.


이 과정에서 기존과는 다른 신선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부산행’, ‘살아있다’, ‘킹덤’ 시리즈 등 이미 다수의 좀비물들이 흥행한 상황에서, 후발주자로 나선 ‘지금 우리 학교는’은 10대가 주인공이 되면서 그 자체로 새로운 재미를 확보했다는 평을 받았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10대들의 활약상이 빠르게 전개되면서 눈을 뗄 수 없는 흥미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이들의 갈등을 사회문제로 연결하며 주제를 강화하기도 했다. 최근 공개된 ‘소년심판’ 역시도 소년범들이 재판을 받는 과정일 섬세하게 다루면서, 그들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일부 작품들은 단순히 자극적 소재로만 청소년 범죄를 풀어내면서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인간수업’은 온라인 등을 통해 성범죄를 저지르고, 이것이 더 큰 문제를 야기하는 흥미롭게 풀어내는데 집중하면서 결국 10대 범죄 미화에 대한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오히려 모방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유발했다.


특히 당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상대로 한 성착취 영상이 해외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공유, 판매된 디지털 성범죄 ‘N번방 사건’이 당시 크게 문제가 되면서, ‘인간수업’이 주인공에서 서사를 부여하고, 범죄를 묘사하는 방식에 더욱 책임감을 가졌어야 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마약 문제를 다루는 ‘소년비행’ 역시도 비슷한 우려를 사고 있다. 부모에게 마약 운반 수단으로 이용당하던 18세 소녀 경다정(원지안 분)이 쫓기듯 내려간 시골에서 공윤탁(윤찬영 분)과 그 친구들을 만나 대마밭을 발견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에서는 주인공들이 위험천만한 범죄에 휘말리는 과정들이 고스란히 담긴다. 이 과정에서 ‘소년비행’ 역시도 이를 사회문제로 확대하거나, 또는 청소년 범죄에 대한 논의를 끌어내는 등의 긍정적인 확장성을 보여주기보다는 이들의 고군분투를 통해 쾌감을 만들어내는데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 경찰청의 발표에 따르면 만 14∼18세 소년 범죄 사건은 전체적으로 감소했지만, 이 가운데 마약·사이버범죄 등 일부 유형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7월 경찰청은 지난해 범죄행위로 검거한 소년(남녀 모두 포함)은 6만 459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었다. 2018년에는 6만 6259명, 2019년에는 6만 6204명인 것과 비교해 소폭 감소했으나, 마약 범죄를 저지른 소년은 2018년 56명, 2019년 72명에서 2020년 132명으로 늘었다. 사이버 범죄로 검거된 소년 또한 2019년 9651명에서 2020년 1만 2165명으로 늘었다. 카카오톡 등 메신저 이용 사기도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촉법소년의 숫자는 증가했다. 경찰청의 ‘최근 5년간 촉법소년 소년부 송치현황’에 따르면, 촉법소년의 수는 2016년 6576명, 2017년 7533명, 2018년 7364명, 2019년 8615명, 2020년 9606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4년 동안 약 46% 늘어난 수치이며, 5년간 합계는 3만 9694명에 달한다.


10들의 범죄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그 수법 또한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디어들도 마냥 자신들의 이야기를 ‘상상력’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는 셈이다. 왜 10대들을 주인공으로 삼아야 했는지, 이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면 이들을 단순히 자극적 소재로만 이용했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렵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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