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연료유 3개월 새 45% 급등…해운업계 '비상'
입력 2022.03.10 06:00
수정 2022.03.08 15:22
국제 유가 급등에…저유황유 t당 888달러·고유황유 653달러까지 치솟아
운항 원가의 10~25%가 연료비…해운업계 유가 상승 민감도 높아
HMM, 저렴한 고유황유 사용해 글로벌 선사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 적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연료유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러시아의 침공 위협이 시작된 지난해 12월 대비 선박 연료유는 45% 이상 올랐고, 해운업계의 원가 부담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7일(현지 시각) 기준 WTI(서부텍사스유)는 배럴당 119.40달러, 브렌트유는 123.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와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각각 130달러, 137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은 미국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중단 검토 및 이란과의 핵 협상 지연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러시아 석유 수입 축소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석유 수입을 중단하게 될 경우, 다른 국가들이 이에 동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급난 우려가 심화하면서 선박 연료유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지난 4일 기준 글로벌 20개 항구의 평균 초저유황중유(VLSFO) 가격은 t당 888.5달러, 고유황유(IFO380) 가격은 t당 653.0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각각 72.4%, 64.3% 상승했고, 러시아의 침공 보도가 있던 지난해 12월 3일과 비교하면 50.3%, 45.3%씩 올랐다.
이 같은 흐름에 해운업계는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해운업종의 유류비는 전체 매출의 약 10~25%를 차지할 만큼 높아 수익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저유황유를 사용하는 선사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대다수 글로벌 선사는 고유황유 대신 저유황유를 사용하고 있다. 2020년 해운업계 황산화물 배출 규제가 강화되며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저유황유 활용이 늘어났다. 저유황유는 중유 중에서도 고유황유와 비교해 황 함유량이 적은 기름으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다.
국내 컨테이너선사 HMM의 연간 연료비는 2020년 4998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6814억원으로 상승했다. 이는 전체 매출원가 4조9233억원의 약 16% 수준에 해당한다. 연료유 대부분을 고유황유로 사용하고 있어 글로벌 선사 대비 원가 부담은 적지만, 이대로 가격이 지속 상승한다면 수익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유류비는 해운업계에 민감하고도 중요한 요소"라며 "다만 운임이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 비용이 상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관들은 이 같은 속도라면 유가가 20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 수출 차단 시 JP모건은 유가가 배럴당 18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기관 및 증권업계에서는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예측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에너지 수출입 부문에 스위프트 제재 부과 또는 러시아산 석유·가스의 대규모 공급 중단 상황 발생 시 일시적으로 배럴당 최대 15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