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산불 4일째…건조경보·강풍에 핵심·위험시설 사수 총력전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입력 2022.03.07 09:06
수정 2022.03.07 09:06

LNG기지·한울원전 등 핵심시설 방어전은 성공

인력·장비 올인했지만 산불확산에는 역부족

경북 울진군·강원 삼척시 특별재난지역 선포

울진 대표 금강송 군락지 지키기 총력전

바짝 메마른 대기에 강풍까지 동반되면서 발생한 대형산불이 경북 울진과 삼척, 강원 강릉과 영월까지 번지면서 불길이 쉽사리 잡히지 않아 소방당국과 피해 주민들의 애를 태우고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소방당국은 최대한 방화선을 구축하면서 산불을 진입하는데 총력전을 기울였지만 한번 번진 산불은 바람의 방향대로 불길을 바꿔가며 확산세로 큰 피해를 남겼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4일 11시 17분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의 확산으로 ‘산불 3단계’와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심각’이 발령돼 광역단위 산불진화헬기와 관할기관 진화대원, 인접기관 진화대원 등 가용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대형산불로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인력과 장비 모두 역부족인 상황이다.


게다가 건조경보 속에 순간 초속 25m가 넘는 강한 바람 때문에 불길은 강원도를 넘어 동해안 삼척까지 확산됐고, 겨우 주불이 잡히는가 했지만 다음날에는 바람이 남쪽으로 방향을 바꿔 다시 울진쪽으로 내려가는 등 산불 발생면적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집중진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


울진 산불이 영향을 미친 구역은 현재까지 서울 여의도 면적의 50배가 넘고, 축구장 2만여 개를 웃도는 크기라는 추산이 나온다.


한때 삼척의 국내 최대 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기지와 한울원전, 탄약고 등 주요 핵심시설물에 불길이 옮겨붙을까봐 긴박한 순간이 있었지만 다행히 예비살수와 대용량포 방사시스템 장비 동원 등으로 방어에 성공하면서 큰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또 화재로 소손된 일부 케이블로 통신장애까지 발생해 피해지역과의 연락이 차단되기도 했다.


추가로 발생한 강원 산불은 강릉에서 4일 오후 10시 20분께 성산면 송암리 영동고속도로 인근 야산에서 발생됐고, 이튿날인 5일 오전 1시 20분께 옥계면 남양리에서도 야간산불이 났다. 또 영월군 김삿갓면 외룡리 한 야산에서도 발생해 주말 동안 동해고속도로가 전면 통제됐고 열차의 진입도 막혔었다.


동해안 산불 왜 쉽게 안잡히나…강풍·연기에 집중진화 어려워, 전국 동시다발 발생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6일 오후 6시까지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가운데 울진 388개, 강릉 12개, 동해 63개 등 463개 시설이 소실됐으며, 울진과 동해에서 각각 261개, 62개 주택이 소실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면적은 1만6775ha로, 시군별로는 울진 1만2039ha, 삼척 656ha, 강릉 1900ha, 동해 2100ha, 영월 80ha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산불로 인해 4635세대 7330명이 대피 중으로, 울진·삼척 4150세대 6497명, 동해 362세대 688명 등이 대피하고 있다.


산림당국에 의하면, 이 같은 산불은 경사면이 있어 평지에서보다 78배 빨리 번지는 특성이 있는데다 최근의 강풍 때문에 확산속도가 더 빨라졌고 올해들어 가뭄으로 건조한 날씨에 바짝 마른 낙엽 등이 발화속도를 더 올리는 역할을 하는 등 여러 복합요소가 산불진화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동해안 산불은 경북 울진~강원 삼척 산불과 강원 강릉~동해 산불 등으로 모두 7개의 산불이 진행 중이며, 이외에도 부산 금정·경기 안산·대구 달성·경남 산청 등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진화 인력과 장비 조정에도 어려움을 주고 있다.


때문에 중대본의 당초 주불진화 예측 시기와는 달리 강풍에 되살아난 불씨가 다시 산속으로 번지고 인근 도심지로 향하면서 피해의 규모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번 산불은 관련 통계가 있는 1986년 이후 피해면적 기준으로 두 번째 규모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996년 발생했던 강원 고성산불의 피해면적 3762ha 보다 4배가량 더 큰 것으로 추산된다.


산림청 관계자에 따르면, 역대 가장 피해가 컸던 산불은 2000년 동해안의 강원도 삼척 등 5개 지역에 거쳐 발생한 동해안 대산불로, 피해면적이 2만3794ha에 달했고 360억원의 피해액을 발생시켰다.


정부는 경북 울진군과 강원 삼척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고, 강릉과 동해 등 다른 피해지역에 대해서도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다행히 강풍특보는 해제됐지만 여전히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는 곳이 많고 건조해 산불진화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예보다.


산림청 “강풍특보는 해제, 7일이 산불진화 최적 기회” 총동원령

기상청에 따르면 수도권과 충북지역에는 건조특보가 확대됐고, 영남내륙의 건조경보로 한 단계 더 격상, 특보가 내려지지 않은 그 밖의 지역도 대기가 건조한 곳이 많으며, 이번주 비 소식도 없어서 대기의 건조함은 쉽게 해소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 대책본부는 강풍주의보가 해제되고 바람이 잦아든 7일이 산불진화에 최적의 기회라고 판단하고, 산림당국은 산불진화헬기 89대와 산불진화대원 9115명을 투입해 산불진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현재 강풍 기상특보가 해제됨에 따라 산불도 확산세가 꺾여 소강상태인 것으로 보고, 일출과 동시에 진화자원을 총동원했다.


산림당국은 7일 오늘 중으로 동해안지역 산불의 주불진화를 목표로 하고, 이를 위해 진화구역설정 및 진화자원 배치, 산불진화헬기·진화장비 정비, 주요지역에 이동식 담수조 설치, 산불지연제(리타던트) 완비, 민가와 주요시설보호, 산불진화대원 배치를 완료했다고 전했다.


특히 최병암 산림청장은 금강송 군락지가 있는 울진군 서면 소광리 일대로부터 500m 지척까지 다가온 산불로부터 금강송을 지켜내야 한다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울진 금강송 군락지는 1959년 국내 유일의 육종보호림으로 수령이 200년 이상 된 금강송 8만5000여 그루가 1600ha에 분포돼 있다. 이곳의 금강소나무는 2008년 국보 1호 숭례문 화재 복원에도 사용했을 만큼 목질이 우수하고 보존가치가 높은 숲이다.


소나무림 일대는 길이 좁고 경사가 심해 지상에서 접근이 어려우며, 담수지가 멀어 산불진화헬기의 진화작업이 더뎌지고, 곧고 높게 자란 소나무가 촘촘히 자라고 있어 만약 산불이 전이되면 큰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이다.


이에 산림당국은 지상에서는 핵심구역을 중심으로 16개팀 252명의 산불진화대원을 동원해 접근을 차단하고 있으며, 산불진화헬기의 담수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이동식저수조를 설치했다.


또한 일출과 동시에 산불지연제(리타던트)를 장착한 산불진화헬기 51대를 동원해 소광리 소나무군락지로 접근하는 산불을 진화한다는 계획이다.


중대본은 산불진화 작전에 큰 고비를 넘겼다지만 꺼질 듯하다가도 되살아나는 불씨로 여전히 안심할 수 없어 산림연접지에서의 불씨 취급에 특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나 건조한 나무와 낙엽 등이 타면서 내뿜는 연기에 헬기 진화도 쉽지 않아 산불진화에 제동이 걸리고 시야 확보조차 어려운데다 불똥이 날아가 새로운 산불을 만드는 '비화'(飛火) 현상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등 안전사고 위험도 안고 있다.


아울러 현장의 산불이 재발되지 않도록 잔불진화와 뒷불감시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여러 곳에서 동시에 산불이 발생하게 되면 진화 전력이 분산돼 산불피해도 커지는 어려움에 봉착해있다.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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