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러 제재 본격 돌입…靑, 동참엔 신중 기류 "지켜보는 중"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2.02.23 11:50 수정 2022.02.23 11:51

美언론 "수출 통제 日·싱가포르·대만 지원 받아"

韓 동참 압박 가능성↑…靑 원론적인 입장 밝혀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됐다고 규정하고 대러 제재 공세에 착수했다. 미국 주도의 대러 제재에는 영국과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 호주 등 동맹국이 참여했다. 여기에 한국은 빠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정부는 대러 제재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만 드러냈을 뿐, 대러 제재 동참 의사를 밝히거나 러시아를 규탄하지는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백악관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됐다"며 국제법 위반에 따른 제재 도입을 공식화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대외경제은행(VEB)과 방위산업 지원 특수은행인 프롬스비야즈방크(PSB) 등을 제재 대상에 올려 서방과의 거래를 전면 차단했다. 두 은행이 보유한 해외 자산은 동결됐으며, 서방 금융권에서 러시아 국채 발행·거래도 불가능해졌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전화 브리핑에서 "우리는 유럽연합, 영국, 캐나다, 일본, 호주의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함께 논의해 하루도 안돼 우리의 첫 번째 제재를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일본 외 아시아 국가들의 지원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같은 날 3명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행하기 위한 계획으로 일본 및 싱가포르, 대만의 지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세 나라는 러시아가 수입에 의존해온 반도체, 컴퓨터 칩, 다른 첨단기술 제품의 주요 생산국가다.


바이든 행정부의 한국 제안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 없다. 우리 정부도 제재 동참 여부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전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및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 연석회의에서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에 대한 침해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적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동참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3일 통화에서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이 어떤 액션 플랜에 나서는지를 보고, 우리와 어떻게 연동돼 있는지를 지켜보면서 우리 정부의 대책을 얘기하는 게 맞다"며 "미국 등과 관련 정보를 공유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 동맹국의 대러 제재가 초기 단계인 만큼, 문 대통령이 원론적인 입장을 낼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외교부 당국자도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재 동참 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현 단계에서 일단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며 "미국 등 국제사회와 관련 정보를 공유하면서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우리 정부는 대러 제재와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반도체와 자동차, 전자제품 등을 러시아에 수출하고 있어 미국이 수출 통제 제재와 관련해 동참 또는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지난 12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러시아의 도발에 신속하고 단합된 대응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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