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운신 폭' 커지나…中 "앞으로도 北 지지"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2.02.18 11:55
수정 2022.02.18 11:56

"北中, 피로 맺어진 친선"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이 코로나19 여파로 3년 만에 현지에서 광명성절(김정일 생일·2월16일) 기념행사를 개최한 가운데 중국 측이 북한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북중이 한배를 타고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모양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김정일 동지의 탄생 80돌에 즈음하여 중국주재 우리나라(북한) 대사관에서 경축 행사가 진행되었다"며 중국 측 참석자의 발언을 소개했다.


신문은 기념행사에 참석한 지빙쉬안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리룡남 북한 대사를 통해 시진핑 국가주석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따뜻한 인사와 훌륭한 축원을 전해줄 것을 부탁했다"고 전했다.


지빙쉬안 부위원장은 "두 나라 노세대 영도자들께서 마련하시고 최고영도자들께서 강화·발전시켜나가시는 중조(중북)친선은 피로써 맺어진 소중한 친선"이라며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중조 두 나라 인민의 마음은 하나로 이어져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지빙쉬안 부위원장이 "최근 국제무대에서 (북측이) 중국을 지지·성원하고 있는 데 대하여 진심으로 되는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중조친선을 고도로 중시하고 있는 중국은 앞으로도 조선을 지지할 것이며 전통적인 두 나라 관계를 더욱 확대·발전시키기 위하여 조선동지들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확언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그간 외무성 등을 통해 미국의 대중국 인권 압박 등을 비판하는 입장을 밝혀온 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에게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지지하는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호응하듯 중국은 북한의 연이은 군사도발과 관련한 미국의 문제 제기에 거듭 딴지를 걸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선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선제적 제재완화 등을 국제사회가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폈다.


전통 우호관계를 거듭 과시하고 있는 북중은 러시아와의 접촉면도 잇따라 넓히는 분위기다. 미국 주도로 역내 다양한 이슈에 대한 한미일 공조 가능성이 커지자 이에 대항하는 차원에서 북중러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中, 베이징올림픽 이후
北 군사행동 자제시키기보다
전략적 활용 유혹에 노출"


무엇보다 중국 측이 "앞으로도 북한을 지지한다"고 밝힌 만큼, 김정은 위원장 운신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4년여 넘게 유지해온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유예)을 폐기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외교전략연구실장은 전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김 위원장이 경제회생 지체에 따른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으로 도발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며 "한편으로는 북중 밀착을 통한 경제지원 확보를, 다른 한편으로는 대미 강경 드라이브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 이후 북한의 추가 군사행동을 자제시키기보다 북한이라는 카드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유혹에 노출되어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북한 군사도발을 묵인·방조하며 미국을 우회 압박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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