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사관, 이재명·안민석 직격…"반중정서 부추기지 말라"
입력 2022.02.10 11:46
수정 2022.02.10 11:47
발언 인용해 공개 '비판'
한국주재 중국대사관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대선후보와 안민석 의원을 직격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불거진 편파판정 논란과 관련한 두 사람의 발언을 직간접적으로 인용해 "반중정서를 부추기지 말라"고 꼬집은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국 기원설 영향으로 국내 반중정서가 심화되자 "양국 국민 혐오감을 부추기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며 중국을 두둔했던 민주당이 대선을 앞두고 여론을 의식해 표변하자 중국 측이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중국 대사관 측은 9일 소셜미디어 계정에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판정에 대한 한국 측의 의혹 제기 관련 입장 표명'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한국 측이 "'편파 판정'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대사관 측은 편파 판정 논란이 '기술적인 문제'라며 "전문적이고 권위 있는 기관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한국 언론과 정치인들은 중국 정부와 베이징 올림픽 전체에 화살을 돌리고 심지어 반중 정서를 부추기며 양국 국민의 감정을 악화시켰고 중국 네티즌들의 반격을 불러일으켰다"며 "우리는 이에 대해 엄중한 우려와 엄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올림픽에 흑막이 있다'고 억측을 하고, '중국 당국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함부로 말하는 매우 책임감 없는 태도에 대해 중국 측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와 안민석 의원의 발언을 겨냥해 불쾌감을 표한 것이다.
이 후보는 지난 8일 "지구촌 화합의 장이어야 될 베이징 올림픽이 중국 동네잔치로 변질되고 있다는 아쉬움이 든다"며 "편파 판정에 대해서 중국 체육 당국이, 중국 당국이 성찰할 필요가 있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안 의원은 대사관 측이 메시지를 내놓기 앞서 "중국이 이렇게 터무니없이 편파 판정을 통해서 불공정하게 다른 나라 선수들을 실격시키고 자국의 선수들 봐주기로 금메달을 따게 하는 것은 이미 예정돼 있었던 것"이라며 "편파판정은 갑자기 되는 게 아니라 중국이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수년 동안에 국제빙상경기연맹(ISU)과 심판들을 꾸준히 관리한 결과"라고 밝혔다.
대사관 측이 이날 발표한 입장문의 절반가량은 안 의원이 제기한 '중국 당국의 올림픽 개입설'에 대한 반박으로 채워졌다.
대사관 측은 "동계올림픽은 스포츠 경기대회인 만큼 전문성과 기술성이 매우 강해 종목마다 명확한 규칙, 기준과 규정이 있다"며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종목은 국제빙상경기연맹의 최신 개정 규칙에 근거해 진행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쇼트트랙 종목의 영국 출신 피터 워스 주심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포함해 3차례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주심을 맡은 권위자"라며 "국제빙상경기연맹은 한국 측의 관련 의혹에 대해 공식 성명을 내고 판정 세칙과 사실 근거를 상세히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동계올림픽은 국제 스포츠 대회로서 각 경기의 심판은 모두 국제올림픽위원회와 국제빙상경기연맹 공동 선정하며 어느 국가나 정부도 간섭할 권리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도 했다. 중국이 심판 관리를 통해 유리한 판정을 이끌어냈다는 안 의원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대사관 측은 "각국 선수들에게 안전하고 공평하며 공정한 경기 환경을 제공하고 모든 경기가 간결하고 훌륭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결코 경기 결과에 영향을 끼치거나 간섭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대사관 측은 올해가 한중수교 30주년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양국 우호관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대사관 측은 "수교 이후 30년 동안 양국 관계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고 양국의 발전을 크게 촉진했다"며 "국민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왔기 때문에 더욱 소중히 여길 만하다. 양국 국민 간의 우호적인 감정은 양국 공동의 귀중한 재산이므로 절대로 어떤 정서적인 언행으로 인해 상처를 받아서는 안 된다. 중국은 중한 관계와 양국 국민 간의 우호적 감정을 촉진하기 위해 계속 적극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국이 중국과 함께 마주 보고 나아가기를 바라며 그럴 것을 믿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