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시대①] 경제성장률 4.0% 시대 늘어난 ‘풍요 속 빈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2.02.07 15:14
수정 2022.02.07 15:14

11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 기록

‘성장’ 이면엔 사회 곳곳 불균형 심화

경제·일자리·소득…분야별 대책 필요

지난해 우리나라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보다 4.0% 늘었다. 이는 지난 2010년 6.8%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도 이른바 ‘역대급’ 수출 실적을 중심으로 기대 이상의 결과를 거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의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위기 첫해 역성장을 최소화한 데 이어 지난해 4% 성장을 통해 주요 20개국(G20) 선진국 가운데 가장 빠르고 강한 회복세를 달성하면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위기에 강한 경제’임을 입증했다”고 자평했다.


홍 부총리는 “국내 소비는 위기 전 수준을 넘어섰고 기업의 수출과 투자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며 재정도 적극적인 버팀목 역할을 해줬다”며 “이는 가계와 기업, 그리고 정부가 하나 된 힘으로 이룬 성과라는 데 그 의미가 더 크다”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 말대로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위기에 강했다. 다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세계적인 전염병 상황에서 나라 경제가 살을 찌울 때 우리 사회 곳곳의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양극화 심화로 자칫 계층이동 사다리마저 완전히 끊어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할 정도다.


지난해 경제성장의 핵심이었던 수출은 화려한 실적 뒤에 감춰진 약점을 드러냈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연간 6445억4000만 달러라는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두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단일 품목에 의존하고 있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액의 20%를 이끌었는데 단일 품목 의존이 높은 경우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게다가 반도체 수출이 최고의 호황을 누리는 동안 무선통신기기나 자동차부품, 선박 등은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우리 수출의 한계를 드러냈다.


수출만큼 늘어난 수입 탓에 무역수지가 최근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올해 글로벌 공급망 문제나 미-중 무역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위기 등 대외 악재가 여전해 수출 시장 양극화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년 코로나19 위기를 이유로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은 일자리마저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일자리 수는 늘었지만 질적인 격차는 오히려 심해진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취업자 수는 2727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36만9000명 늘었다. 2014년 이후 7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코로나19로 성장한 배달업과 정부 재정지원으로 만든 공공일자리가 크게 늘었다. 민간 기업이 만드는 질 좋은 일자리는 제자리거나 줄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실제 공공일자리가 증가하면서 늘어난 취업자의 89.4%가 60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경제 허리’라 부르는 30~40세대는 14만2000명 줄었다. 도소매·숙박음식점 등은 종업원이 없는 ‘나 홀로 사장’도 계속 늘고 있다.


정부 재정지원을 제외하면 소득불평등도 1년 사이 나빠졌다. 국세청에 따르면 근로소득 기준으로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의 소득을 나눈 10분위 배율은 2019년 40.8배에서 2020년 42.2배로 커졌다. 2010년 77배 이후 꾸준히 개선되던 배율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다시 벌어진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도 벌어지는 양상이다.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은 매출 신기록을 달성하고 성과급 잔치를 벌였지만 중소기업은 원자재 가격 인상과 글로벌 공급난, 환율 상승 등 여러 악재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금도 여행업계나 체육, 공연·예술업종은 사실상 존폐의 기로를 넘나들 만큼 힘든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3년째 계속되는 코로나19는 우리 사회·경제에 양극화를 낳았다. 노동과 산업, 소득과 계층 등 사실상 전 부문에 걸쳐 격차가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과 지원이 한층 더 중요해졌다고 지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문별 양극화 현실과 원인, 대처 방안을 개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이승훈 연구위원은 “노동시장과 가계소득, 소비 품목 및 채널의 양극화는 국내 경기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이라며 “노동, 소득, 교육 등의 양극화는 정책 실패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으며,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만으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향후 5년 정도는 (자영업을 포함한 산업) 구조조정 문제가 매우 큰 것 같은데 (자영업자들을) 다 어떻게 하면 더 다른 발전하는 사업으로 이동시킬 수 있을지, 그 부분이 아마 정부가 상당히 많이 고민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고 조언했다.


▲[양극화 시대②] 역대급 기록 세운 수출…‘반도체’ 중심 취약구조 숙제 남겨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