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상상이 현실로”…최현우가 만드는 ‘마법’ 같은 세계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12.31 08:42
수정 2021.12.31 08:42

"25년 잘 버텼다...마술, 여전히 재밌고 신기해"

“매년 12월, 당연한 듯 관객들을 만나던 일상이 사실은 평범함을 넘어선 ‘마법’ 같은 일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올해 25주년을 맞은 마술사 최현우는 마스크 없이 관객들과 마주하던 그 순간들을 곱씹었다. 그리고 마법 같은 일이 필요한 이 시기, 그는 마법 같은 무대를 기어코 관객들에게 선물하고자 어렵게 무대에 올랐다.


최현우는 지난 3일부터 2022년 1월 2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또 2022년 2월 26일과 28일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에서 ‘멘탈 매직’ 시리즈 공연 ‘더 브레인’을 열고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사실 25주년이라 조금 더 화려한 공연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코로나 상황이라 어려움이 많아요. 인생이 마법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첫 공연을 올리고 마지막 순간에 관객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다가 울컥했어요. 어려운 와중에 찾아와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관객분들 덕분에 힘을 얻고 있어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코로나19로 공연이 1년 미뤄지게 되면서 더 많은 준비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조금 더 나은 공연이 만들어질 수 있는 시간이 생긴 셈이죠.”


‘더 브레인’은 최현우가 기획한 대표적인 공연 브랜드로, 심리학, 뇌과학, 행동과학 등 과학 전문 지식을 융합한 치밀한 마술들로 꾸며진다. 지각 능력, 연속의 법칙, 기억력의 법칙, 서브리미널 효과(돌발적 학습) 4가지 테마로 공연이 구성된다. 거듭된 연구 끝에 만들어낸 브랜드 공연인 만큼 ‘더 브레인’은 최현우 본인에게도 의미가 남다르다.


“‘더 브레인’은 ‘마술이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느냐’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는 공연이라고 생각해요.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마술이 사라질 거란 예측도 있었거든요. 마술은 단순히 트릭이나 도구의 힘이 아니라 그 이면에 지적유희가 있어요. 뇌과학, 심리학 등 여러 가지가 종합적으로 사용되어지기 때문에 많은 분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거죠. ‘더 브레인’은 바로 그 이면, 마술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뇌의 허점을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공연입니다.”


그는 책이나 영화, 뮤지컬, 드라마 등의 콘텐츠는 물론 일상 곳곳에서부터 마술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 매번 새로운 마술을 선보여야 하는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책이었다. 거듭된 연구가 지금의 최현우를 만든 셈이다. 20살의 어느 겨울, 집에서 쫓겨나면서까지 마술을 배우고자 했던 그의 열정은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했다. 아니 오히려 더 커졌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마술사들이 다양한 장르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고 있어요. 마술이 정말 흥미로운 이유 중에 하나가, 고대 이집트 시절부터 신관, 신의 목소리를 전하는 사람에서 시작됐는데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거예요. 생각을 해보면 종교와 과학이 분리되기 전에 마술이라는 매개체가 마법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었던 거죠. 그 안에는 연금술, 화학, 과학 등이 있고요. 결국 그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병행하지 않으면 보여질 수 없다는 생각이에요. 연구에 매진한다고 하니까 무슨 과학자처럼 생각하시는데 그 정도까진 아니고요. 하하. 동료나 과학자, 심리학자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 이야기를 마술에 대입할 수 있도록 접근하려고 노력하는 거죠.”


그가 끊임없이 공부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마술도 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현우 역시 기존 도구를 활용하던 마술을 선보이는 것과 동시에 지금 선보이고 있는 ‘멘탈 매직’ 같은 관객의 생각을 읽고, 맞히면서 대중들의 큰 호응을 얻어냈다.


“유튜브 플랫폼 등 영상 매체가 발달하면서 슬로우 모션 같은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시대잖아요. 손기술에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죠. 더 이상 마술 트릭이나 비밀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거예요. 결국은 새로운 걸 찾아내는 게 마술사들의 과제에요.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트렌드가 멘탈 즉 마음을 읽어내는 마술로 기울고 있어요. 물론 쉽진 않죠.”


멘탈 매직은 그가 방송에서 로또 1등 당첨번호를 맞히면서 특히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비밀번호, 통장 비밀번호 등을 귀신 같이 찾아내면서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도 있었다.


“로또 당첨번호를 두 번 맞히고 나니까 SNS 메시지로 어려운 사연과 함께 로또 번호를 알려달라는 문의가 많이 와요. 언젠가 방송에서 은행 계좌 비밀번호를 맞히기도 했는데, 그 방송을 보고 바람 난 남편과 재산문제 때문에 계좌 비밀번호를 알아야 한다며 알려달라는 연락도 왔고요. 물론 법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절대 제가 정리해줄 순 없었죠(웃음).”


이처럼 대중매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고 흥미로운 마술을 보여주면서 최현우는 마술의 대중화를 이끈 인물로도 평가된다. 사실 마술 공연이라고 하면 ‘어린이들의 전유물’로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 그의 공연장에는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은 어린 아이부터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까지 관객층이 매우 다양하다.


“25년간 잘 살아남았고, 잘 버텨왔다고 평가해주시는 것 같아요. 이제 코로나가 끝나면 다시 전 세계로 투어를 돌면서 새로운 마술을 보여주려고 생각 중이에요. BTS 등 케이팝의 인기에 덩달아 마술도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거든요. 더 크게 나아갈 수 있는 시장이 생긴 거죠. 한국 마술의 수준도 그만큼 높아졌고요. 저에게 마술은 여전히 재미있고, 신기해요. 그러니 또 도전하고, 시도해야죠.”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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