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디그라운드(84)] 범진이 꿈꾸는 ‘평범’한 삶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12.29 14:47
수정 2021.12.29 14:48

12월 24일 신곡 '인사' 발표

가수 범진은 누구보다 평범한 삶을 바란다. 거창하고, 그럴듯한 계획을 세워도 뜻대로 되는 것 없는 것이 세상이다. 범진 역시 이런 시기를 겪으면서 특별한 계획은 굳이 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평범한 삶에 대한 바람만 더 커졌다.


이런 범진의 생각은 음악으로도 표현된다. 누구나 겪는, 누구나 꿈꾸는 그래서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일상적인 가사를 통해서다. 지난 24일 발매된 신곡 ‘인사’ 역시 마찬가지다. 범진은 자신의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이 곡을 쓰게 됐지만, 듣는 이에 따라 자신의 이야기에도 충분이 대입이 가능하다.


-처음 음악을 시작하게 된 시기와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어요. 중학생 시절, 우연히 고(故)김광석 선생님의 ‘1995 슈퍼콘서트’ 공연 영상을 보게 됐는데 막연히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 당시엔 부모님 몰래 독학으로 씨엔블루의 ‘외톨이야’를 따라 하면서 음악에 대한 꿈을 키웠어요. 그렇게 제 길을 찾았고,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조용히, 꾸준히 해온 덕분에 부모님도 지금의 제 모습을 응원해주시는 것 같고요(웃음).


-얼마 전 데뷔 쇼케이스에서 직업란에 ‘가수’라고 쓸 수 있게 됐다며 좋아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맞아요. 꿈꾸던 직업을 갖게 된 기쁨이랄까요. 사실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하하. 아, 한 가지 있다면 연예인들이 가는 샵에 가서 메이크업을 받을 때는 ‘아! 나도 가수가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신곡 ‘인사’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려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또 떠나간 사람에게 그리고 어제의 나에게 ‘잘 지내 인사를 보낼게’라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괜찮았다’ ‘수고했다’ ‘행복했다’라고 인사를 보내는 곡입니다. 다섯 명의 자식을 위해 헌신하신 아버지를 위한 곡이기도 해요. 사실 구상은 고등학교 때 했는데, 24살의 어느 날 문득 그때의 기억이 나더라고요. 그렇게 ‘인사’가 탄생했습니다.


-아버지의 퇴직 했던 당시 모습을 떠올려 쓴 곡이라고요.


퇴직을 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은 후련한 모습만은 아녔어요. 오히려 더 무거운 어깨의 짐이 느껴졌거든요. 제가 곡 설명에 ‘아버지의 명예퇴직’이라고 썼는데, 아버지가 직접 보시곤 ‘정년퇴직’으로 수정하라고 말씀하시면서 웃으시더라고요. 하하. 발매 당일 아버지와 함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노래를 들었는데 아버지가 ‘다음부턴 가사 쓸 때 같이 쓰자’고 하셨어요. 내심 감동을 받으신 듯 했는데 표현을 잘 못하시는 아버지의 반응을 저도 같이 즐겼어요(웃음).


-곡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잘 지내 인사를 보낼게’라는 부분이에요. 이 부분은 곡에서 희망을 말하고 있고,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 되길 바랐기 때문에 가장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노래를 부를 때는 물론, 편곡할 때도 이 부분의 느낌을 어떻게 하면 잘 살릴 수 있을지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모든 부분의 가사에 전체적으로 신경을 썼다고 하는 편이 더 맞을 것 같아요. 가슴에 와 닿으면서도 한 번 더 생각하고 곱씹을 수 있게 하는, 그런 가사를 쓰려고 반복해서 수정했던 기억이 있어요.


-수정을 거듭한 결과는 어떤가요. 스스로의 만족도는 높은 편인가요?


글쎄요. 이번 곡뿐만 아니라 어떤 결과물이든 항상 아쉬움이 남아요.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잘 할 수 있었을 것 같고, 조금만 더 만지면 더 견고한 작품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매번 아쉬움은 있지만 그 당시 제 나름의 최선을 다한 곡들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만족을 하고 있습니다.


-듣는 사람에 따라 각자의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어 더 공감이 가는 가사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에요. 제가 가사를 쓰고, 곡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거든요. 철저히 계획된 거라고나 할까요? 하하. 사실 그렇잖아요, 누군가의 슬픔과 누군가의 기쁨은 또 다른 누군가에겐 항상 반대의 상황으로 올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시선에서 노래를 들을 수밖에 없고요. 그렇게 때문에 곡을 쓸 때 항상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이번 신곡을 통해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아픔이 없는 이별은 없고 아쉬움이 없는 선택은 없기에 노래를 들으면서 조금이라도 후련해지고 ‘아, 잘가라’고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마음의 짐을 내려놓기를 바랍니다.


-가수 진주의 동생으로도 유명세를 탔는데요. 누나가 가수인 만큼 조언도 충고도 많이 해줄 것 같아요. 이번 신곡에 대해서도 조언을 해주셨나요?


사실 누나에겐 안 들려줬어요. 일부러 들려주지 않은 건 아닌데, 상황이 그렇게 됐죠. 그런데 곡이 발매된 이후에 누나가 먼저 듣고 연락을 줬어요. 밥 먹고 있었는데 제 곡이 흘러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신기하고 뿌듯하다’고 ‘더 열심히 하라’고 메시지를 보내줬는데, 별것 아닌 그 메시지가 은근히 큰 힘이 되더라고요. 뭔가 든든한 느낌?


-직접 곡을 쓰고,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자신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솔직히 말해서 차별성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하. 굳이 말하자면 제 목소리와 발음? 가수는 무엇보다 음색이 중요하니까요. 세상에 같은 목소리는 없듯 저의 목소리 역시 유일하고, 저의 감성이 묻어난 제 곡 역시 유일한 거잖아요. 그것 자체로 차별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에게 ‘범진’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길 바라시나요?


따뜻한 오목 나무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면 좋겠어요. ‘편안하다’는 평을 받고 싶기도 하고요. 나이가 들어서도 그저 기타를 치고, 라이브를 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음악인으로서 대중들 앞에서 늘 노래할 수 있는 가수로 남고 싶습니다.


-벌써 2021년의 끝자락에 와있습니다. 올해를 돌아보자면?


과거에는 계획을 세웠지만 매번 계획들이 제 뜻대로 되지 않더라고요. 그게 또 큰 상실감으로 다가왔고요. 그런 일을 여러 차례 겪다 보니 이젠 따로 계획을 세우지 않게 되더라고요. 2021년도 그저 평범하게, 보통의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다가올 2022년 역시 마찬가지고요.


-가장 큰 상실감을 느낀 게 언제죠?


역시 코로나죠. 그 당시에 큰 무기력이 찾아오고 있었고, ‘무념무상’이라는 곡을 써서 발매했어요. 그런데 곡을 낸 이후로 코로나가 더 심해져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까지 오더라고요. 어렵게 이룬 꿈을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상실감이 컸어요. 그렇지만 계속 저를 찾아주는 소중한 팬들의 사연과 감사의 메시지가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웠죠. 그분들을 위해, 또 그분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 다시 한 번 마음을 고쳐 먹었습니다.


-앞으로 범진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요.


많은 도전을 하되,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중적인 곡을 만들고 싶어요. 욕심일지도 모르지만 모든 장르를 소화하면서도 대중성을 잃지 않는 음악을 하고 싶달까요. 하하. 욕심이 조금 크죠? 목표는 크게 잡는 거라고 했으니까요(웃음). 음악적인 방향성은 그렇고요, 한 사람으로선 결혼을 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가장 최종의 목표입니다. 평범하게 사는 것, 사실 그게 가장 어려운 목표인 것 같기도 하네요.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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