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정치인 사면' 부정적이었는데…'朴사면' 전격 결정 이유는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1.12.24 11:29
수정 2021.12.24 14:04

올해 초 "검토한 적 없다" 반대 입장 분명히

차기 정부에 공 넘길 수 없단 부담 작용한 듯

文 "건강 상태 고려"…국민 통합 목적 강조도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을 전격 단행했다. '정치인 사면'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왔던 문 대통령이 사면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오는 31일자로 박 전 대통령 등 3094명에 대한 2022년 신년 특별사면·복권 등을 단행한다고 이날 오전 밝혔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2017년 3월 31일 구속된 이후 4년 9개월 만에 수감 생활을 마치게 됐다.


당초 문 대통령은 정치인 사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면에 대한 연계 검토 질문에 "개인적으로 한 전 총리나 두 분 전임 대통령에 대해 모두 안타깝게 생각을 한다"면서도 "아직까지는 정치인 사면에 대해서 검토한 적이 없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지금으로서 미리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사면 관련 질문에 "논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어 왔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의견이 분분한 전직 대통령 사면을 단행할 경우 '지지층 분열'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입장을 보여온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결심하게 된 건 박 전 대통령의 건강 문제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어깨와 허리 질환 등으로 수술과 입원 치료를 거듭하다, 지난달 22일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치과치료와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도 받고 있는데, 박 전 대통령의 병세는 최근 더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도 이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경우 5년 가까이 복역한 탓에 건강 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도 사면 기준에 대해 "고령자나 중증환자와 같이 어려운 여건의 수형자분들도 인도적 배려 차원에서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계기를 넘긴다면, 문 대통령 임기 내내 수감 상태였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논의는 차기 정부로 넘어갈 수밖에 없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해석도 있다. 3·1절 특사의 경우 3·9 대선 직전이라 대선 개입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한 전 총리 문제도 박 전 대통령 사면 결정에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전 총리 복권에 대한 야권의 반대가 강한 상황에서, 단일 건만 단행하는 건 정치적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사면 단행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당장 이번 사면 대상자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제외된 걸 두고 반발 여론이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국민 통합'을 언급한 건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지난 시대의 아픔을 딛고 새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 과거에 매몰돼 서로 다투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담대하게 힘을 합쳐야 할 때"라며 "특히 우리 앞에 닥친 숱한 난제들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국민 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면이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사면에 반대하는 분들의 넓은 이해와 해량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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