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결산-모바일] 삼성-LG ‘엇갈린 운명’…폴더블 ‘대흥행’과 사업 철수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입력 2021.12.16 06:00
수정 2021.12.15 15:31

삼성, 폴더블폰 주도권…‘갤Z폴드·플립3’ 흥행으로 대중화

26년 모바일 철수 LG…미완의 롤러블폰으로 아쉬움 남겨

샤오미 등 LG 공백 겨냥에도 삼성-애플 ‘2강 체제’ 굳어져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불확실성이 산업 전반을 휘감은 한 해였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으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각 산업과 기업들은 비대면(언택트·Untact) 시대에 맞춘 다양한 사업 전략을 통해 생존을 모색했다. 올 한 해 산업계에서 발생한 이슈들과 현황을 분야별로 결산해본다.[편집자 주]


올해는 오랜 세월 국내 모바일 시장을 주름잡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희비가 교차한 해로 기록된다. 두 기업은 피처폰 시절부터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제품을 진화시켜왔고 전 세계 무대에서 한국 제조사의 이름을 당당히 떨치며 시장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면서 두 회사의 운명이 엇갈렸다. 삼성전자는 개방과 협력을 통해 자체 생태계를 강화해나갔지만, LG전자는 느린 대응으로 부진의 늪에 빠지게 됐다. 두 회사는 각각 이형(異形) 폼팩터(기기 형태)인 ‘폴더블’과 ‘롤러블’로 새로운 기회를 모색했으나 결과는 극명히 갈렸다. 삼성의 폴더블폰은 활짝 펼쳐진 반면 LG의 롤러블폰은 제대로 펴지지 못한 채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3세대 폴더블 대흥행…디자인 민감한 MZ세대까지 통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최대 성과는 폴더블 스마트폰 대중화의 초석을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2019년 폴더블폰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 ‘화면을 왜 접어야 하느냐’는 물음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대화면의 편리함은 있지만 무게·내구성·가격 등 단점도 명확해 대중화는 갈 길이 멀어 보였다. 2세대에 접어들며 완성도를 높인 뒤에도 바(bar·막대) 형태 스마트폰만큼의 판매량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올해 나온 3세대 제품은 내구성을 높이고 폴더블폰의 치명적인 단점으로 거론되던 방수 구현에 성공하면서 대중화에 한 발 더 다가섰다. 대화면이 특징인 ‘갤럭시Z폴드3’는 폴더블폰 최초로 ‘S펜’ 입력을 지원하면서 기존 갤럭시노트 마니아와 플래그십 제품을 선호하는 얼리어답터층에 인기를 얻었다.


세련된 외관의 ‘갤럭시Z플립3’는 대중 선호도가 더 뛰어났다. 회사가 MZ(밀레니얼+Z)세대를 공략해 ‘회사 역사상 가장 세련된 스마트폰’ ‘세상에 자랑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라고 소개할 만큼 아이코닉하고 세련된 외관을 갖췄다. 패션 아이템처럼 보일 수 있도록 MZ세대가 즐기는 ‘폰꾸(폰꾸미기)’에 최적화됐다. ‘감성’을 중요시하던 애플 사용자들조차 삼성전자 제품으로 교체했다는 후기가 흔히 발견된다.


이는 판매량으로 이어졌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출하량은 약 800만대로 전체 시장(900만대)의 8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제조사들이 부랴부랴 후발 주자로 뛰어들면서 비슷한 형태의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업계 퍼스트 무버인 삼성전자의 아성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내년에 선보일 4세대 제품에서는 완전한 대중화로 플래그십 스마트폰 정도의 판매량을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LG, ‘매각’ 아닌 ‘철수’로 기술 유출 막아…미래 산업 기회 모색

폴더블폰과 함께 기대를 모았던 LG전자의 야심작 ‘LG 롤러블’은 미완의 작품으로 남게 됐다. LG 롤러블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올해 1월 11일이다. LG전자는 온라인으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1’에서 프레스 컨퍼런스 영상을 통해 롤러블폰을 깜짝 선보였다.


업계의 뜨거운 반응도 잠시, 불과 9일 뒤인 1월 20일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스마트폰 사업 재검토를 공식화하면서 제품 출시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당시 회사는 “롤러블 폰은 현재도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거듭 밝혔으나 롤러블 폰과 레인보우 프로젝트 등 후속작 개발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제품 출시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결국 LG전자는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1995년 첫 휴대폰인 ‘화통’을 시작으로 휴대폰 시장에 뛰어든 지 약 26년 만이다. 이로써 롤러블폰 출시 역시 물거품됐다. 국내 출시 전 필수 절차인 국립전파연구원 적합인증까지 통과했었다는 점에서 더욱더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LG전자가 ‘매각’이 아닌 ‘철수’를 선택하면서 중국 등 해외 제조사에 기술이 유출되는 최악의 사태만은 막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는 26년간 쌓은 이동통신 분야 표준특허를 활용해 단순 스마트폰이 아닌 웨어러블 기기와 자동차 전장과의 결합이 화두가 되는 미래 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다.


샤오미 또 쓴맛…애플, 여의도 매장 오픈·‘아이폰13’ 인기 여전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국내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 2강 구도로 빠르게 변화했다. 그나마 삼성전자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던 LG전자가 시장에서 발을 빼면서 국산 스마트폰 브랜드는 삼성전자 하나만 남게 된 것이다.


LG전자의 빈자리는 외산폰이 아닌 삼성전자가 고스란히 흡수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3분기 삼성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85%로 전분기 대비 14%포인트 증가했다. 애플은 점유율 12%로 2위를 차지했다. LG전자 점유율은 2%로 쪼그라들었다.


샤오미의 한국 도전은 올해도 이어졌다. 특히 중저가 시장에서 LG전자의 공백을 차지하기 위해 신제품을 선보였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저렴한 저가 웨어러블 기기와 태블릿 수요만 일부 있었을 뿐, 올해 3월 내놓은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 ‘레드미(홍미)노트10’ 역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반면 외산폰 중 예외로 꼽히는 애플의 인기는 여전했다. 애플 ‘아이폰13’은 출시 약 한 달 만에 국내 이동통신 3사 개통량 50만대를 돌파했다. 태블릿, 웨어러블 등 모바일 기기 수요도 여전히 탄탄하다. 그동안 홀대했던 한국 시장을 대하는 태도도 조금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애플은 올해 2월 2018년 1월 이후 3년 만에 서울 여의도에 두 번째 애플스토어 문을 열면서 더 적극적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다만, 신규 매장 오픈 후에도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악명 높은 사후서비스(AS)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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