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결산-반도체] 코로나 특수 지속한 메모리...공급난 속 경쟁 점화된 파운드리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1.12.13 06:00 수정 2021.12.12 23:17

D램 가격 반등 효과...삼성·SK하이닉스 올해 호 실적

시스템반도체 공급난 속 美·中 공급망 재편 주도 경쟁

삼성전자 직원들이 클린룸 반도체 생산라인 사이를 걸어가고 있는 모습.(자료사진)ⓒ삼성전자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불확실성이 산업 전반을 휘감은 한 해였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으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각 산업과 기업들은 비대면(언택트·Untact) 시대에 맞춘 다양한 사업 전략을 통해 생존을 모색했다. 올 한 해 산업계에서 발생한 이슈들과 현황을 분야별로 결산해본다.[편집자 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반도체는 호황을 지속했다.


노트북 등 전자·IT기기 수요 증가와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서버 투자 재개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는 긍정적인 시황을 보였고 지난해 말 완성차업계의 수요 예측 오류로 촉발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은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위탁생산) 수요 폭증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호황 속에서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한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주도권 경쟁이 펼쳐지면서 향후 국가간 갈등 확산으로 인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상고하저에도 겨울 추위 크지 않아...내년 기대감 ‘업’

13일 타이완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PC용 D램 범용 제품인 DDR(Double Data Rate)4 8기가비트(Gb) 현물가격은 3.280달러를 기록했다.


올 초 3.673달러에서 시작한 뒤 지난 3월16일 5.300달러로 연중 최고점을 찍은 뒤 지난달 22일에는 3.168달러까지 하락했다. 이후 소폭 회복과 하락을 반복하면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기간 고정거래가격은 올 초 3달러에서 7월 4.1달러까지 오른 뒤 9월 말까지 유지되다 하락해 지난달 말 기준 3.71달러를 기록 중이다.


현물거래가격은 반도체 업황의 선행지표로 보통 3~4개월의 간격을 두고 반도체 제조업체와 수요업체간 대규모 거래시 적용되는 고정거래가격에 반영된다. 가격이 시장에서 현물로 인도되는 제품에 먼저 반영되고 대형 계약 건에 나중에 반영되는 식이어서 시간 차가 발생한다.


낸드플래시도 가격 이상 상승했다. 올 초 4.2달러에서 시작한 128기가비트(Gb) 멀티레벨셀(MLC) 제품(메모리카드·USB향 범용)이 지난달 기준 4.81달러까지 올랐다. 전자기기 구매와 함께 서버 투자로 메모리 수요가 여전히 견조한 상황이다.


이러한 호황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호 실적을 거뒀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에서 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10조600억원으로 지난 2018년 3분기(13조6500억원) 이후 3년만에 분기 두 자릿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누적 영업이익도 20조3600억원으로 20조원을 넘겼다.


SK하이닉스도 2분기 매출이 10조3217억원으로 3년 만에 분기 두 자릿수 매출을 기록한데 이어 3분기(11조8053억원)에는 11조원까지 넘어섰다. 누적 영업이익(8조1908억원)도 8조원을 넘기며 전년동기(4조537억원) 대비 배 이상 늘었다.

당초 4분기 D램 가격 하락 등으로 메모리 다운사이클(업황 부진) 우려가 제기됐지만 분기의 4분의 3이 지난 현 시점에서 실제 하락 폭이 당초 예상보다 크지 않아 선방하는 모양새다.


특히 주요 글로벌 IT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영향으로 서버용 D램 수요가 지속 증가하는 등 향후 시황이 여전히 견조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어 내년 2분기 이후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파운드리 호황이긴 한데...올해 이어 내년에도 공급난 지속

올해에 이어 내년 기대감이 커진 메모리와 달리 시스템반도체는 호황임에도 약간 결이 다른 모양새다. 지난해 말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을 시작으로 촉발된 파운드리 수요 급증이 관련 산업을 전례없는 호황으로 이끌었다.


삼성전자와 타이완 TSMC 등 주요 업체 공장 가동률이 100%에 육박하고 생산단가를 올리고 있지만 부족한 수요를 메우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파운드리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고 있지만 반도체 수급 불안이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내후년까지 수급 불균형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수요 공급의 균형이 안정적이면서 관련 업체들의 실적이 긍정적인 메모리와는 다소 다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D램과 낸드는 전반적으로 견조한 수요 속에서 공급 과잉 우려와 예상보다 많을 수 있는 수요 전망이 함께 교차하면서 불균형 기간이 짧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파운드리 기업들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상당한 수요 우위로 공급난이 야기되고 있는 만큼 생산라인 증설 등을 통해 고객 수요 잡기에 나서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말 총 170억달러(약 20조원)을 투자해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제 2의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당초 목표대로 오는 2024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하면 삼성전자의 미국 현지 파운드리 생산라인은 오스틴과 테일러의 투트랙 체제로 가동될 전망으로 시장의 절대 강자인 TSMC 추격을 본격 선언했다.


TSMC가 120억달러(약 14조2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하는 파운드리 공장도 오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어 양사간 경쟁이 더욱 주목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3월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도 200억달러(약 24조원)을 들여 애리조나에 두 개의 공장을 지을 예정이어서 향후 삼파전 구도가 형성될지 주목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TSMC·인텔 등 많은 기업들이 파운드리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공장 건립 후 가동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반도체 공급난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며 “구조적으로 파운드리 수요 갈증이 단기간 내 해소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반도체 부족 사태로 야기된 전 세계 공급망 주도권 경쟁

올해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국들의 반도체 공급망 주도권 경쟁이 심화된 한 해였다.


미국 정부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4월 반도체 공급망 복원을 선언한 이후 자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구축을 우선순위로 내세우며 세금 면제 등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을 적극 내놓고 있다.


여기에 더해 상무부 차원에서 반도체 수요·공급 업체들을 대상으로 3차례에 거쳐 공급망 관련 논의를 위한 회의를 개최하고 이들 기업들에게 판매·재고량, 고객, 공급 확대 방안 등 주요 정보 제출을 요구하는 등 주도권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과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사사건건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도 미국 정부의 반도체 제재에도 불구하고 자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 기조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과 일본 등도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유치를 통한 공급망 확대에 전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에도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각국의 반도체 공급망 주도권 확보가 더욱 치열해지면서 경쟁을 넘어 갈등으로 증폭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로서는 미국과 중국 모두 생산과 판매에 있어서 중요한 지역”이라며 “양국간 갈등이 국내 기업들에 불똥이 튈 가능성이 없지 않은 만큼 정부 차원의 외교적 대응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큰 관건은 경기…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업황 타격 가능성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기 회복세가 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스태그플레이션’(불경기(stagnation)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 경고가 나오면서 향후 반도체 업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물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되면 반도체 업황에도 타격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부품 부족, 물류난 등으로 전자기기와 자동차 등 반도체 수요 업체들의 생산이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완제품 가격이 오를 수 있는 상황에서 경기 악화로 한층 어려워진 가계 경제로 인해 고객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판매가 부진해지고 다시 재고가 쌓이면서 반도체 등 부품 수요에 타격을 주는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세도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어 반도체 업황의 불확실성을 더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내년 반도체 업황은 글로벌 경기와 물가에 크게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각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 인상 등을 통한 긴축 정책을 펼치게 되면 투자 위축으로 인한 수요 타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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