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어디에서 나오나요?"…조희연 유아의무교육 제안 "현실성 없다"
입력 2021.11.29 05:23
수정 2021.11.29 07:09
"막대한 재정·교원 양성·사회적 공감대 등 교육감 수준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 아냐"
"국공립 유치원 80% 이상 확충돼야 의무교육 가능…완전한 무상교육 먼저 선행돼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만 4~5세 유아에 대한 의무교육을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의무교육 시행을 위해선 막대한 재정과 교원 양성, 사회적 공감대 등이 필요하다며 교육감 수준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조 교육감은 25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저출산·저출생이라는 국가적 인구절벽 위기를 앞두고 유아 의무교육 시행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향후 교육정책의 기본방향이 정해지는 대선 국면에서 국가적 교육의제로서 만 4~5세 유아 의무교육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 제안의 핵심은 유치원 명칭을 '유아학교'로 바꾸고 만 4~5세 유아교육을 의무교육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현재는 만 3~5세 유아의 경우 어린이집을 가거나 유치원에 입학하는 사례로 나뉘는데 연령대에 따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가는 만 0~3세는 어린이집에서 보육중심의 교육과정을 받고, 4~5세는 유아학교를 다니도록 체계를 바꾸자고 조 교육감은 주장했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현실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조희연 교육감은 현재 의무교육 시행과 관련해 의사결정을 할만한 위치에 있지 않고 시행을 위해선 관련 제도와 정책을 바꾸고 재정을 지원해야 하는데 본인이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며 "따라서 실행 가능성과 현실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의무교육 시행을 위해선 막대한 재정 지원뿐만 아니라 교원 양성, 사회적 공감대 등 많은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청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현실성이 부족하다"며 "유아학교제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보육교사와 유치원 교사의 자격 및 처우 차이를 절충해야 하는 것도 현실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무교육은 국가 차원에서 국가의 교육권을 기반으로 시행하는 것인데, 서울만 만 4~5세 유아에 대한 의무교육을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만 4~5세 유아 의무교육의 방향으로 가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국·공립 유치원 확충 등을 통한 균등한 교육 환경의 마련이 우선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미래교육연구팀장은 "길게 보았을 때 유아학교로 변경해 의무교육 체계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다만 우선 보완돼야 할 점이 현재는 사립 유치원의 이용률이 높지만 사실은 국공립의 이용률이 높아야 질적 균등성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이어 "국공립 유치원을 80% 이상까지 확충하고 균등한 교육 환경을 만들었을 때 비로소 의무교육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박 팀장은 특히 "예컨대, 고등학교의 경우처럼 완전한 무상교육이 먼저 실현돼야 한다"며 "현재는 사립 유치원과 국공립 간 재정 지원과 환경 등의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교육체제 개편을 우선 하고 완전무상 단계를 거쳐 국공립이 80% 이상 되는 등 선행과정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