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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위의 용기, 자국 비난 감수하고 항일 영화 선택한 일본 배우들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01.01 12:10
수정 2025.01.01 12:10

릴리 프랭키 "우민호 시나리오에 매료"

자국 내 비난과 논란의 가능성을 감수하면서도 작품의 진정성과 메시지에 공감해 일본 배우들이 한국 항일 영화에 출연하는 일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CJ ENM, 쇼박스

지난해 12월 24일 개봉한 '하얼빈'에서 일본의 유명 배우 릴리 프랭키가 이토 히로부미 역으로 등장해 큰 관심을 끌었다. 릴리 프랭키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칼럼니스트, 그림책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아트디렉터, 디자이너, 작사가, 작곡가, 포토그래퍼까지 문화 전반에 걸쳐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 일본에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


국내에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어느 가족'에서 독특한 가장 역할로 등장해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바 있다. 그는 '하얼빈' 시나리오에 반해 단번에 출연을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릴리 프랭키는 '하얼빈'의 언론배급시사회에도 직접 참석해 인사를 전하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앞서 '봉오동 전투'에는 키타무라 카즈키가 독립군을 토벌하기 위해 봉오동에 투입된 월강추격대장 야스카와 지로 역을, 이케우치 히로유키가 야스카와 지로의 오른팔이자 월강추격대 중위인 쿠사나기 역을, 다이고 코타로가 독립군의 포로가 된 소년병 유키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키타무라 카즈키는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잘 알려진 배우로, '용의자 X의 헌신', '고양이 사무라이', '기생수'를 비롯해 한국 드라마 '시그널' 일본판인 '시그널 장기 미제 사건 수사반'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일본의 우익 성향 매체들은 키타무라 카즈키의 '봉오동 전투' 출연을 두고 리스크가 큰 행동이라 평가하며, 일부 보수 세력은 이를 자국의 역사적 입장을 부정하는 행위로 간주하며 비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명량’에서는 오타니 류헤이가 일본군을 배신하고 이순신 장군을 돕는 준사 역으로 등장했으며, ‘박열’에서는 야마노우치 다스쿠가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를 변론한 변호사 후세 다쓰지 역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러한 작품에 출연한 일본 배우들은 작품성과 진정성을 우선시해 출연을 결정했다. 원신연 감독은 키타무라 카즈키, 이케우치 히로유키, 다이고 코타로 캐스팅 과정에 대해 “역사적 실화를 근거로 한 영화의 일본인 캐릭터를 일본인 배우가 연기한다는 건 출연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갖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제의했는데, 많은 분들이 출연 의사를 전해오셔서 제가 상당히 놀랐다"라고 밝혔다.


일본 배우들의 출연은 한국 관객들에게는 영화의 사실성을 높이고, 일본 관객들에게는 몰랐거나, 혹은 알고 싶지 않았을 과거를 마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영화라는 매개체로 각국의 영화인들이 뭉쳐 의미있는 협력의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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