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선의 배우발견⑬] 드디어! 이학주 갈증 없이 본다(이상청)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입력 2021.11.22 14:10
수정 2021.11.22 14:10

이런 게 OTT(Over The Top, 인터넷TV) 드라마지! 기존 TV드라마와 제대로 차별화된 작품이 탄생했다. 다큐멘터리를 방불케 하는 현실감 넘치는 소재, 거침없는 정치 풍자와 어른들의 민낯을 드러내는 파격적 전개, 어디서 본 듯한 인물을 개성 넘치게 연기하는 배우들.


칭찬하자면 끝이 없는 매력 만점, 신선도 높은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감독 윤성호, 극본 크리에이터 송편, 김홍기, 최성진, 박누리 등) 얘기다. 단순히 액션 강도, 노출 정도에 있어 TV드라마보다 ‘센’ 게 아니라 이야기를 고르고 다루는 방식 자체부터 재기발랄하고 발칙하다. 페이크 다큐 같은 블랙코미디에 시원한 웃음이 빵빵 터진다.


웨이브(wavve)에서 볼 수 있는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이하 ‘이상청’)의 장점은 아주 많지만, 개인적으로 배우 이학주가 드디어 대작의 주연을 맡았다는 사실이 반갑다. 연기 베이스 탄탄하고 배우로서 외적 조건도 좋은데 ‘언제 나오나’ 기다려야 할 만큼, ‘벌써 퇴장인가’ 아쉬울 만큼 그간 출연 분량이 충분하지 않았다.


자신을 뽐내기보다 작품이 필요로 하는 만큼, 설정된 인물의 특성을 벗어나지 않는 성숙한 연기 태도를 보이는 점을 높이 사기도 하지만 그래서 갖춘 재능에 비해 스타로의 발돋움이 더뎐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배우는 한 번만 파도 위에 올라서면 죽죽 앞으로 뻗어간다. 배우 이학주에게 ‘이상청’이 그를 부상시키는 작품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물론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 네임’ 때도 충분히 눈길을 끌었다. 최무진 역의 박희순, 그의 충직한 오른팔이자 조직의 넘버2 정태주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다. 매력 넘치는 연기파 배우 박희순 옆에서 주눅 들지 않았고, 때로 조직의 ‘브레인’ 역할을 하며 최무진에게 쓴소리를 해야 하는 인물이었는데 냉철하면서도 신뢰감 가는 눈빛으로 정태주를 빚었다.


그런 ‘마이 네임’ 당시에도 결코, 튀지 않았다. 김진민 감독이 마음속으로 그렸던 딱 그만큼만 한 컷 한 컷 인상적으로 수행했다. 그런 점들이 배우 이학주의 큰 장점인 걸 알지만, 첫째는 기다리지 않아도 계속 등장하고 둘째는 절제를 살짝 놓아도 되는 자유로운 움직임의 인물로 이학주를 만나고 싶었다. 기존보다 분량도 늘고 역할도 커지니 되레 ‘갈증’이 커졌다. 이제 조금 있으면 갈증 없이 제대로 배우 이학주의 다양한 면모를 만끽할 작품이 오겠구나, 하는 예감이 불러온 갈증이고 조급함이었다.


너무나 다행히,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았는데, 펄펄 살아 움직이는 배우 이학주를 만나게 됐다. 바로 ‘이상청’에서다. 올림픽 3연패에 빛나는 사격 금메달리스트이자 보수 정당에서 금배지를 달았던 이정은 전 의원이 진보 정권의 문화체육부장관에 갑자기 기용된 후, 그를 보좌하기 위해 긴급 수혈된 인물 김수진이 이학주가 맡은 캐릭터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빠르고도 흔들림 없이 대처하는 기지가 뛰어난 인물로 수행비서로 시작해 정책보좌관에 발탁되는 탁월한 예비 정치인이다.


‘마이 네임’에서도 확인됐듯 누군가의 오른팔, 넘버2 같은 느낌은 이학주의 전매특허다. 그런데 이번엔 새로운 느낌의 보좌역이다. 냉철함을 기본으로 귀여움과 엉뚱함이라는 코미디 요소가 가미됐다. 특히 인물 김수진, 배우 이학주의 귀여움을 폭발시키는 대목은 ‘생각하라 김수진, 마음을 타이핑하라’라는 설정에서 온다.



김수진의 마음속 갈등과 고민의 과정, 선택이 ‘마음의 소리’로도 틀리고 말소리에 맞춰 자막으로 타이핑도 되는데. 배우 이학주의 이 연기가 기막히다. 맡은 바 임무는 다하면서도 눈에 보일 듯 말 듯 미세한 표정 변화 속에 ‘소리 없이’ 마음의 소리를 연기한다. 이게 왜 기막힌가 하니 현실의 우리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실제 현실을 생각해 보라. 우리는 할 일을 하면서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그러다 자신에게 하는 말을 못 듣기도 하고 유리문에 얼굴을 부대기도 한다. 하지만 보통 극에서는 하던 일을 멈추고 골똘히 생각하는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경우가 많다. 일종의 문법이고 시청자와의 약속 아래 이뤄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학주는 현실 그대로, 표 내지 않으려 애쓰며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면서 갈등하고 고민하고 번민한다. 그 미세한 동공 지진과 입술의 실룩임이 너무나 재미있고 매력 있다.


아마도, 그동안 카메라가 클로즈업해 주지 않아 내 손으로 화면을 당겨 이학주를 봐야 했던 것과 달리 섬세한 연기마저 쉽게 포착할 수 있게 집중적으로 잡아주는 오늘이 반가워서 더욱 신나게 즐기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정말 차기작이 기대된다. 24일 개봉하는 정가영 감독의 ‘흔하지 않아서 좋은’ 감각적 로맨스 코미디 ‘연애 빠진 로맨스’에도 배우 이학주가 나온다. 이번엔 잠깐 스치는 인물이지만 다음번엔 손석구가 연기한 남자주인공 역이 이학주에게 맡겨질 것이라 믿는다. 이학주 표 멜로 연기는 어떨지 상상하는 오늘부터 행복하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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