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초점] 영원히 예쁘고 젊은 버추얼 인플루언서…정말 문제 없을까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1.11.14 11:12 수정 2021.11.15 14:19

로지, 올해 광고 수익만 10억 원

일본 버추얼 인플루언서 이마, 33만 팔로워 보유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국내·외 광고업계의 '광고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가 만든 로지는 10만 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신한 라이프, 반얀트리 호텔, 마틴 골프, W컨셉 등 다양한 분야의 광고 모델로 발탁됐다. 로지가 올해 거둔 광고 수익만 1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지는 최근 중국 SNS를 개설하고 해외 진출도 겨냥하고 있다.


로지 이외에도 루시, 래아, 한유아 등이 여러 브랜드의 마케팅 활동과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릴 미켈라가 팔로워 300만이 넘는 인기를 기반으로 켈빈 클라인, 샤넬, 디올 등 유명 브랜드 보델로 활동했다. 2018년에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발표한 '온라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25인'에 방탄소년단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스타트업 lww가 개발한 이마가 인기다. 일본 패션지 커버스타로 데뷔해 지난해 8월에는 이케아 모델로 발탁됐다. 이케아는 이마가 이케아 매장에서 3일 동안 먹고 자는 일상을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로 공개했고, 이 마케팅으로 연 매출 7억원을 올렸다.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연예인보다 출연료도 저렴하고 스캔들, 사생활 논란 등에 휘말린 위험이 없다. 또한 나이를 먹지 않아 대중이 원하는 모습과 행동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가상 인간을 개발하는 업계는 콘텐츠의 캐릭터성을 극대화해 인간적 매력을 조성해 소통에 몰입하도록 하며 가상과 현실의 경계선을 희미하게 만들고 있다.


인기있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들은 모두 10~20대 여성으로 MZ 세대가 원하는 외형을 갖추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모델을 통해 브랜드나 제품의 친밀도를 올려야 하니 모두가 호감을 가질 만한 얼굴과 몸매로 설정되며 가상 인간이 실제 인간의 '워너비'가 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보니 한결같이 상품화에 최적화된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오히려 다양성을 저하시키고, 평향적인 시각, 인간의 고정관념을 재생산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람에 대한 외모 품평 잣대가 그대로 옮겨져 성적대상화 되는 현상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메타버스 시장의 시장이 본격적으로 들어서며 디지털 기반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산업의 다양한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미국 마케팅 분석회사 HypeAuditor는 버추얼 인플루언서 시장 규모는 2022년까지 약 17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2의 로지, 제2의 한유아 같은 인플루언서의 등장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가능하도록 구현한 가상 세계가 오히려 다양성과 식견을 좁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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