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모녀 살해' 김태현 1심 무기징역에 유족 오열…法 "계획적 범행"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입력 2021.10.12 14:42 수정 2021.10.12 14:43

노원서 3명 살해 등 혐의…김태현, 줄곧 우발적 살해 주장

재판부 "극단적 인명 경시" 지적하면서도 사형 선고에는 신중

피해자 유족들 법정에서 오열…"항소하겠다"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잔혹하게 차례로 살해한 김태현(25)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오권철 부장판사)는 12일 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 등 5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씨가 피해자 3명을 살해한 지 약 7개월 만에 내려진 선고다.


김씨는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A씨를 스토킹하던 지난 3월 23일 집으로 찾아가 여동생과 어머니, A씨를 차례대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 뒤 피해자 컴퓨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접속해 자신과 관련된 내용을 검색하고, 대화 내용과 친구목록을 삭제한 혐의도 적용됐다.


재판의 쟁점은 김씨가 A씨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을 계획적으로 살해했는지 여부였다.


검찰은 김씨가 A씨의 퇴근 수 시간 전부터 피해자 집을 찾아왔으며, 무방비 상태였던 동생을 찌르고 뒤이어 들어온 어머니까지 곧바로 살해한 점을 들어 그가 A씨 가족을 살해할 계획을 세웠다고 봤다. 그러면서 "극형 외에는 다른 형을 고려할 여지가 없다"며 김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반면 김씨는 줄곧 A씨를 제외한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우발적 살해라고 주장해왔다. A씨를 살해할 계획을 세웠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A씨 가족 구성을 알지 못했고 여동생은 제압만 하려 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혐의를 모두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가족을 살해한 범행이 우발적으로 일어났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동생과 어머니는 피고인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들인데도 A씨에 대한 범행을 위한 수단으로 살해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생은 영문도 모른 채 1시간 동안 고통에 시달리다가 살해당했고, 어머니는 자신의 딸이 살해당할 것을 예견한 상태에서 부모로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절망감 속에 숨을 거뒀을 것"이라며 "피고인의 범행은 극단적인 인명 경시 성향을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사형선고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는 "형벌, 응보적 성격, 일반 예방 성격 등을 볼 때 피고인을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의견은 어찌보면 당연할 수 있지만 법원으로서는 형벌의 특수성 및 엄격성, 양형 형평성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종합하면 피고인에 사형을 처해 생명 자체를 박탈할 수 있는 정당한,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 사정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방청석에서 선고를 듣던 유족은 "사형해야 한다", "사람을 더 죽이면 사형인가, 내가 죽겠다", "재판장님, 절규합니다"라며 오열하고 탄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선고 직후 유족들은 기자들과 만나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A씨 고종사촌인 B씨는 "재판부가 사형 선고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와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설마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라며 "피해자 등 돌아가신 분뿐만 아니라 유족 등 고통을 겪을,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강력처벌을 해야 하며, 반드시 선례를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 고모도 "탄원서를 받으러 다닐 때 모두가 '이게 사형이 아니면 어떤 죄가 사형이냐, 그만 매달려라'라고 했는데 재판부는 무기징역이라고 한다"며 "국민 여러분이 도와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듣고 있다면 도와달라. 김태현 같은 살인마는 사형이 돼야 한다"고 했다.


B씨가 "검찰은 항소를 도와준다"고 언급했고 앞서 결심공판에서 검찰도 사형을 구형한 만큼, 검찰 측도 유족 측 의견처럼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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