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드 리플레이⑮] ‘호구의 사랑’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호구’의 매력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1.09.15 15:03
수정 2021.09.15 15:03

최우식·유이의 힐링 로코

<편집자 주> 유튜브부터 각종 OTT 서비스까지, 원한다면 언제든 손쉽게 드라마 재시청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시대를 잘못 타고나서 또는 경쟁작이 너무 치열해서. 당시에는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며 ‘망드’라는 수식어를 얻었지만, 지금 다시 보면 더 좋을 숨은 명작들을 찾아드립니다.


지난 2015년 방송된 tvN 드라마 ‘호구의 사랑’은 밀리고 당하는 대한민국 대표 호구 강호구(최우식 분)', 걸쭉한 입담의 국가대표 수영 여신 도도희(유이 분), 무패 신화의 에이스 잘난 놈 변강철(임슬옹 분), 남자인 듯 여자 같은 밀당 고수 강호경(이수경 분). 4명의 호구 남녀가 펼치는 로맨스를 담은 드라마다.


청춘들의 현실적인 연애 이야기가 공감을 자아내긴 했지만, 평범하다 못해 지질한 남자 주인공의 로맨스라는 낯선 설정이 다양한 시청자들을 만족시키진 못했다. 1% 내외를 오가며, 마니아들의 지지만 있었던 드라마로 남았다.


◆ 낯선 로코 남주?…볼수록 빠져드는 ‘호구’의 매력


‘호구의 사랑’의 남자 주인공은 시청자들에게 다소 낯선 면이 있었다. 강호구를 연기한 최우식의 첫 주연작이었던 것은 물론, 로맨틱 코미디의 남자 주인공의 ‘호구’ 같은 성격이 ‘시청자들의 설렘을 유발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자아낸 것이다.


설렘을 기대하고 본 시청자들은 초반의 ‘호구의 사랑’엔 몰입하지 못했지만, 극이 점차 진행되면서부터는 호구의 매력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순수한 외모와 어리바리한 성격 탓에 종종 억울한 상황에 내몰리고, 이를 제대로 해명하지도 못하는 호구의 모습이 처음에는 답답함을 유발하지만, 그의 깊은 배려심과 따뜻함에 점차 매료되는 시청자들이 늘어났다. 까칠하고 도도한 스타 수영선수 도도희가 호구의 진솔한 매력에 스며들듯, 어느덧 시청자들도 강호구에게 진심으로 응원을 보내게 된 것이다.


특히 편안한 사람과 있을 때 나오는 호구의 러블리함과 도도희를 만나 성장하며 듬직해지는 모습까지. 최우식은 호구의 다양한 면모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며 누구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만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줬었다. 때로는 동생 같은 모습으로, 때로는 든든한 친구 같은 모습으로 도희와 시청자들에게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완벽한 것처럼 보이지만, 숨겨진 아픔이 있었던 도희와 대단한 스펙은 갖추지 못했지만 자신만의 장점이 뚜렷한 호구. 서로의 빈틈을 메워주며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분위기의 로맨틱 코미디를 원하는 이들에겐 ‘호구의 사랑’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 달달한 로맨스에 ‘현실’ 한 스푼


밝고 유쾌한 분위기의 로맨틱 코미디지만, ‘호구의 사랑’이 품고 있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았다. 성폭행으로 원치 않은 임신을 해야 했던 도희의 사연이 드러나면서부터는 꽤 묵직한 분위기의 전개가 이어지기도 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낙태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유도하는가 하면, 콘돔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꼭 필요한 메시지를 과감하게 담아냈다. 미혼모를 향한 사회적 편견과 여성에게만 순결을 강조하는 구시대적 발상에 일침을 가하며 통쾌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최근 데이트 폭력 문제를 담은 카카오TV 오리지널 드라마 ‘이 구역의 미친X’나 극 초반 가스라이팅의 심각성을 다룬 JTBC 드라마 ‘알고있지만’ 등 멜로 드라마에도 현실을 반영하려는 움직임들이 이어지고 있다.


설렘과 달달함으로 멜로의 매력을 느끼기도 하지만, 좀 더 현실적인 문제들로 깊은 공감을 유발하기도 하는 것이다. ‘호구의 사랑’이 담은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가 지금의 시청자들에게는 어떤 여운을 남길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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