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어가 된 삼성 역대 최고의 투수
입력 2021.09.15 00:12
수정 2021.09.15 07:25
승부조작 의혹으로 징역 1년+추징금 약 2억 원
삼성 프랜차이즈 역대 최고 투수의 허무한 마무리
전설이 추락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삼성 라이온즈가 배출한 역대 최고의 투수라 해도 과언이 아닌 윤성환(은퇴)이 14일 징역 1년, 추징금 2억 350만 원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형사11단독)은 14일, 돈을 받고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윤성환에 대해 이와 같은 판결을 내렸다.
앞서 윤성환은 지난해 지인으로부터 "상대팀에 1회 볼넷을 허용하고, 4회 이전에 일정 점수 이상의 실점하는 등 승부를 조작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5억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다만 재판부에 따르면, 윤성환은 승부 조작이 예정됐던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실제 조작에 나서지 않았음을 밝혔다.
지난 2004년 신인드래프트 2차 1순위(전체 8번)로 삼성에 입단한 윤성환은 데뷔 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본격적인 담금질을 거친 2008년부터 잠재력을 만개하며 삼성 선발의 한 자리를 꿰차는데 성공했다.
다소 늦은 나이인 20대 후반에 잠재력을 폭발시켰지만 특급 기량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롱런에 성공, 대기만성의 대표적인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윤성환은 2009년 다승왕(14승)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타이틀을 획득하지 못해 리그의 지배자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삼성 왕조의 에이스라는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서며 ‘윤태자’라는 호칭을 얻기도 했다.
15년간 삼성에서만 뛰었던 윤성환은 팀 프랜차이즈 투수 기록의 대부분을 지니고 있다. 그는 현역 시절 135승 106패 평균자책점 4.23을 기록했고, 최다승과 최다 이닝, 탈삼진, 이닝 등은 삼성 구단 역대 1위에 올라있으며 당분간 깨지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윤성환은 2015년 임창용, 오승환, 안지만과 함께 불법해외원정도박 사건에 연루돼 물의를 일으켰고 은퇴 시즌 승부조작 의혹으로 얼룩지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
화려한 은퇴식은 물론 영구결번까지 거론됐던 선수였기에 허무한 퇴장이 아닐 수 없다. 더불어 그가 선수 시절 달았던 등번호 ‘1번’은 현재 비어있으며 불명예 결번으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