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의 챕터투] '잡음 반복' 3년 된 벤투호, 이 정도 밖에 안 되나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1.09.03 10:40
수정 2021.09.03 10:40

월드컵 최종예선 이라크전 0-0 무승부 후 똑같은 잡음

침대축구 영향 없었지만 선제골 넣지 못한 공격 실망

한 달 만에 전술로 한국 막은 아드보카트 감독과 빌드업 고집 벤투 극명 대조

“우리가 잘못해서 골을 못 넣었지만, 이렇게 하면 축구에 발전이 없다. 시간을 끌며 지연시키는 것은 축구 선수이자 팬으로서 안타깝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캡틴’ 손흥민이 무거운 표정 속에 한 말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2020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에서 이라크와 0-0 무승부에 그쳤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6위 한국은 이라크(70위)를 상대로 홈에서 승점1 추가에 그쳤다.


코로나19 속에 경기장도 찾지 못한 축구팬들은 모처럼 완전체가 모인 국가대표팀의 통쾌한 승리를 기대했지만 이번에도 그 기대는 빗나갔다. 손흥민-황의조-황희찬-김민재 등 유럽파가 총출동한 가운데 홈에서 꼭 승리를 챙길 것이라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 또한 컸다. 경기 후 발생하는 3년 내내 반복되는 잡음은 경기결과와 내용에 실망한 팬들을 더 짜증나게 만들었다.


손흥민의 침대축구 지적에 대해 이라크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손흥민을 좋아하지만 (침대축구를 했다는)근거가 전혀 없는 얘기다. 우리는 한국과 같은 강팀을 상대로 맞는 전술을 썼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축구팬들도 아드보카트 감독 말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날 침대축구라고 찍어 비판할 만한 부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설령 있다 하더라도 대비했어야 한다. 중동팀의 침대축구는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반복되어 왔던 해외파 귀국 시기에 대한 잡음은 이날도 이어졌다.


손흥민을 비롯한 해외파들은 소속팀 일정과 항공편 사정으로 경기 이틀 전에야 입국했다. 훈련 일정 소화를 생각하면 하루도 쉬지 못했다. 우려대로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었다. 손흥민은 이라크 수비에 막혀 90분 내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손흥민도 경기 후 “이틀 만에 어떻게 잠을 잘 자고 경기를 치를 수 있겠나. 시차적인 부분에서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결과적으로 손흥민을 무리하게 선발 기용한 벤투 감독의 패착이다. 역시 처음 겪는 문제가 아니다. 지난 3년 동안 벤투 감독은 손흥민만 고집했다. 그렇다보니 혹사 논란까지 불거졌다. 당장 플랜B를 세우라는 것도 아니다. 3년의 시간이 흘렀는데 대안 없이 아직까지도 손흥민 타령만 한다면 곤란하다.


지난달 1일 이라크 감독으로 부임해 최근 3주 전지훈련에서 선수들 파악에 나선 아드보카트 감독의 노련한 전술적 대응을 보면, 3년 내내 발전이나 성과가 보이지 않는 빌드업 등 벤투 감독의 고집은 더 답답하게 느껴진다.


3년 된 벤투 감독이 이런 선수들로 이 정도의 경기력 밖에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것은 월드컵 본선, 아니 월드컵 본선 직행도 낙관하기 어렵게 한다. 당장 2차예선에서 가까스로 이긴 레바논(FIFA랭킹 98위) 과의 7일 2차전도 걱정이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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