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범 통제도 못하면서 이재용 보호관찰? [이배운의 열공]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입력 2021.08.16 06:19
수정 2021.08.16 07:07

보호관찰관 만성적 인력난…출소자 사회복귀 지원·재범 방지 '구멍'

법무부 "이재용 부회장, 건전하게 사회 적응하도록 노력하겠다"?

불보듯 뻔한 행정력 낭비…보호관찰인력 수요 절실한 곳에 넘겨야

지난 4월 술값 시비가 붙은 손님을 살해해 시신을 훼손하고 산에 유기한 허민우는 법무부 보호관찰 대상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조직폭력배 출신에 폭행·상해 전과가 다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국의 통제가 느슨해진 틈을 타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호관찰관 1명이 출소자를 100명 넘게 관리하는 만성적인 인력난을 보호 실패 원인으로 지목하고, 현 상황에서는 출소자 사회복귀 및 재범 방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보호관찰 한다는 법무부의 결정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게 만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법무부는 이 부회장에 대한 보호관찰이 "원칙에 따른 결정"이라며 "가석방자가 재범 없이 건전하게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출소자들은 사회적 홀대, 소외감, 생계 곤란 탓에 사회에 복귀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때때로 재범의 계기가 된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경우가 다르다. 갓 출소한 이 부회장이 사회적으로 홀대 받고 소외감을 겪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다. 이 부회장이 생계 곤란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또한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공여 혐의는 극도로 복잡하고 온갖 법리적 해석이 얽히고설킨 문제다. 가뜩이나 다른 관찰 대상 100명을 살피기도 바쁜 보호관찰관들이 이 부회장의 재범 위험을 살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각종 반대 여론들을 무릅쓰고 '법과 원칙'에 따라 이 부회장을 가석방하고 보호관찰관을 붙인 법무부의 결단은 높이 살 만하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잡범들과 동일한 보호 시스템에 놓인 것은 경직된 제도와 그에 따른 행정력 낭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자원이 한정됐으면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을 극대화해야한다. 법무부는 이 부회장에게 낭비될 보호관찰 자원을 수요가 절실한 곳으로 전환해야 한다. 평범한 출소자들의 사회적응을 지원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치안 서비스 향상을 위한다는 보호관찰 본래의 취지에 더욱 충실해야한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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