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광복절 가석방] "경영복귀 언제 될지 몰라"…마냥 웃을 수만 없는 삼성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입력 2021.08.09 18:57 수정 2021.08.09 20:19

사면 아닌 가석방…취업제한 등 제약 많아

글로벌 경영활동 어려워…사법리스크도 여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 처분을 받으며 당장 구금에서는 벗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완전한 경영복귀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면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취업과 출국 등 많은 부분들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특히 여전히 유효한 사법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있는 만큼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목소리 역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가석방심의위원회에서 가석방 처분을 받은 이 부회장은 오는 13일 구금에서 해제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삼성의 경영 불확실성도 일부 해소될 전망이다.


다만 사면이 아닌 가석방이라는 측면에서 이 부회장이 완전히 경영에 복귀하는 데에는 상당한 제한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면과 가석방 모두 수감자가 구금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은 동일하지만 형의 면제라는 관점에선 차이가 있다.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특정 범죄인의 형 집행을 면제해준다. 반면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이 최종 결정하고 형은 면제되지 않고 구속 상태에서만 벗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구금 상태에서 해제되더라도 가석방은 보호관찰과 취업제한 등 여러 제약이 다른다. 거주지가 제한되고 해외 출국 시에도 일일이 법무부 감찰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에 따른 취업제한 규정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 되더라도 경영활동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특히 이 부회장이 평소 해외 출장 등을 통해 적극 적인 현장 경영을 펼쳐왔던 것을 감안한다면 대형 투자나 인수합병(M&A) 결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주력분야인 반도체만 보더라도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장을 놓고 글로벌 1위 대만 TSMC와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이 전 방위적으로 삼성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텔의 경우 200억달러를 투입해 애리조나주에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파운드리업계 4위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를 약 300억달러(약 34조원)에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인수가 성사되면 인텔은 타이완 TSMC와 삼성전자와 3강 구도를 형성하게 될 전망이다.


삼성에 정통한 한 재계 관계자는 “가석방의 경우 해외 활동에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처럼 이 부회장이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협상을 위해 직접 네덜란드 ASML을 방문하는 등의 활동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부회장이 갖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많은데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불확실성 해소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향후 이 부회장의 사면 목소리 역시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삼성물산 합병 의혹 등 사법리스크도 잔재한 상황이라 삼성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미 국민적 여론도 이 부회장의 사면 쪽으로 기운 상황이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19~20일 실시한 지난 4월 셋째 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광복절에 이 부회장을 특별사면 하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은 결과 응답자의 70.0%(매우 찬성 51.8%, 찬성하는 편 18.2%)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재의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해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줄 총수와 조직이 필요하다”며 “삼성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총수인 이 부회장의 경영활동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이건엄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