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뒤숭숭한 코로나 시국, 김광현이 야구로 보답하는 법
입력 2021.07.19 00:01
수정 2021.07.19 07:02
코로나19 위기 속 절제하고 인내한 김광현, 메이저리그 정상 투수로 우뚝
방역수칙 어기고 술자리 가져 논란 빚은 KBO리그 선수들에게 귀감
KBO리그서 일부 선수들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어기고 술자리를 가져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메이저리그서 활약하는 김광현(세인트루이스)의 인터뷰가 조명을 받고 있다.
김광현은 1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3피안타 2볼넷 무실점 피칭으로 시즌 5승(5패) 달성에 성공했다.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 팀 샌프란시스코를 맞아 6회까지 무실점 피칭을 선보인 김광현은 시즌 평균자책점을 3.11에서 2.87로 떨어뜨렸다. 또한 지난 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 4회부터 이어져 온 연속 무실점 행진도 21이닝까지 늘렸다.
KBO리그서 최고 투수 반열에 오른 김광현은 지난해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인내의 아이콘’이 됐다.
미국 전역에 들어 닥친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개막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메이저리그 데뷔도 늦춰졌다. 섣불리 귀국에 나설 수도 없었던 김광현은 가족과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는 등 외로움과도 싸워야했다.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가족과 원치 않은 생이별을 하게 된 그는 묵묵히 훈련에 열중하며 시즌이 시작되기를 기다렸고, 마침내 7월 25일 피츠버그를 상대로 꿈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르며 세이브까지 챙겼다.
지난해 데뷔 시즌서 김광현은 3승 무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62의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올 시즌도 선발 로테이션에 안착했다.
김광현은 4월 24일 신시내티를 상대로 올 시즌 두 번째 등판 만에 첫 승을 신고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리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10경기 동안 부상과 부진으로 승리를 추가하지 못하는 지독한 불운에 시달렸다.
하지만 김광현은 지난 1일 애리조나를 상대로 11경기 만에 승리를 추가했고, 7월 들어 4연승을 내달리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였다.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며 거리두기 단계가 4단계로 격상되고 맞이한 첫 주말, 쉽사리 외출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김광현이 안방에 전해준 승전보는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큰 힘이 되기 충분했다.
시즌 5승 달성에 성공한 직후 김광현은 “최근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이 다시 안 좋아졌는데,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다. 야구팬들과 국민들께 응원을 보낸다”며 인사를 전했다.
코로나19 위기를 딛고 일어선 김광현의 잇따른 호투 소식은 최근 방역수칙을 어기고 술자리를 가져 논란을 빚은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원정 숙소에서 벌인 외부인 여성들과의 술자리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일부 선수들은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고, 자진해서 태극마크를 내려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징계가 끝나면 언젠가는 야구장으로 돌아올 것이고, 팬들 앞에 다시 설 것이다. 이중 일부는 야구를 통해 명예회복을 노리거나 팬들에게 보답하겠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과거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강정호(은퇴)가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말로 공분을 산 이후로 팬들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선수들에게 더는 관용을 베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말을 잘못 꺼냈다가는 집중포화를 얻어맞기 십상이다.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코로나19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어려운 시국에 절제력을 잃고 술판을 벌인 선수들에게 ‘야구로 보답하는 길’은 이미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