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디그라운드(64)] 음악으로 듣는 싱어송라이터 ‘검프’의 이야기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07.14 14:23
수정 2021.07.14 14:23

7월 3일 신곡 'fine' 발매

10월 첫 EP 발매 목표

싱어송라이터 검프(gump)가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진 ‘용기’가 필요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들려준다는 건, 보통의 용기로는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고 그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들어내는 것 역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검프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지인들의 도움이 컸다. 그는 대학교 시절 흑인음악 동아리 생활을 하면서 커버곡 위주로 활동했고, 지인의 기획 공연에 참여하는 등의 활동을 해왔다. 그러던 중 그의 이야기, 그의 음악을 들은 지인들의 응원 덕에 2019년 10월, ‘검프’라는 이름으로 대중 앞에 섰고, 지난 3일 신곡 ‘fine’을 발매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검프의 어린 시절, 학창시절도 궁금해요.


얼마 전에 아버지가 말씀해 주셨는데, 제가 아기 때부터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 따라 부르는 걸 좋아했다고 해요. 기억은 안 나지만요(웃음). 또 집에 CD가 많았는데 특히 웨스트라이프(westlife)의 노래를 정말 많이 따라 불렀던 기억이 나요. 중학교 시절에는 노래방에 거의 살 정도로 자주 갔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에 진학하고서는 공부하느라 많이 가지 못했지만, 음악을 다양하게 찾아 들어보고 접한 시기였던 것 같아요


-자신의 이야기를 처음 선보였던 데뷔 당시의 기분은 어땠나요?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데뷔곡인 ‘포레스트’(for:rest)가 정오(낮 12시) 발매였는데 가족들이 자정(밤 12시)인 줄 알고 제가 새벽 늦게 집에 들어갈 때까지 자지 않고 케이크와 함께 기다리고 있던 게 생각이 나네요. 하하. 모든 게 처음이라 ‘내 목소리와 내가 만든 가사, 멜로디를 사람들이 들어줄까, 좋아해줄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다행히 기대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얼떨떨하면서도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불과 2년이 지났지만, 그때와 지금 스스로에게 변화가 있다면요?


확실히 ‘이번 노래 사람들이 좋아해줄까’라는 걱정은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거기에 너무 집착하게 되면,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저 답지 않은 곡을 쓰게 되는 것 같아서 제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반대로,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요?


거의 모든 것이 그대로이긴 하지만 변치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있다면, 음악이 좋아서 시작했다는 점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에요. 사실 최근까지도 녹음에서나, 메이킹, 믹싱 등의 여러 과정 속에서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괴로워 할 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요즘은 음악이 주는 즐거움, 그 자체를 상기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나요?


작년 5월 ‘올드 패션드’(old fashioned)라는 곡을 발매한 이후 힘든 시기를 거쳤어요. 전 평범한 대학생이었고, 음악을 배운 적이 없던 터라 제가 만들고 있는 음악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위축이 많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노래 속 제 목소리가 듣기 싫어지고, 한동안은 음악을 못 만들었어요.


하지만 같이 작업하는 형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저한테는 은인들인데, 제가 가진 가치를 끊임없이 되새겨 주었고 용기를 불어 넣어주었어요. 형들 덕분에 나름 튼튼해진 지금의 제가 된 것 같아요.


-지난 3일 발매된 새 싱글 ‘fine’은 어떤 곡인가요?


살다 보면 자신의 상처를 숨기고 타인에게 ‘나 괜찮아’라고 말할 때가 있잖아요. 내 아픔을 내비친다는 것이 사실은 꽤 힘든 일이니까요. 저도 그랬던 경험을 떠올리며, 괜찮다고는 하지만 실은 괜찮지 않은 어떤 모순적인 마음을 이번 곡에 담아 봤습니다.


-보통 본인 혹은 주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곡을 만든다고 하셨죠. 이번 곡도 마찬가진가요?


맞아요. 절절한 이별 노래로 만들긴 했지만, 사실 이별이 아니어도, 힘든 일이 생기면 밝히기 보다는 숨기는 성격이라 괜찮다고 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이런 제 모습이 잘 들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앨범에 담고 싶었던 메시지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요?


힘든 일을 겪고 있거나 혹은 상처를 숨긴 채 살아가시는 분이 있다면, 이 노래를 통해 위로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곡의 톤을 잡는데 집중하셨다고요.


우울한 무드의 곡이다 보니까 메인 악기인 기타를 어떻게 활용할 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처음에 기타 톤 잡기가 매우 어려웠는데, 여러 가지 방법을 거쳐 지금의 기타가 완성되었답니다.


-전 곡들과는 달리, 이번 곡에서 달라진 포인트도 있나요?


해보지 않았던 트랩 리듬이 약간 들어가 있기도 하고, 후반부 브릿지 파트에서는 보코더 파트가 깔려 있기도 해서 이전에 선보였던 곡들보다는 조금 더 신선한 점이 있을 것 같아요.


-곡 작업 과정에서 흥미로웠던, 기억에 남는 일화도 있다면 들려주세요.


이번 곡이 재녹음을 통해 완성된 곡인데, 녹음 소스가 아쉬워서 재녹음을 결정했지만 발매를 얼마 안 남기기도 했고 처음으로 재녹음을 해본 거라 걱정이 많았어요. 그래도 형들과 다 같이 잘 완성시킨 것 같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야기들에 ‘검프만의 색’을 입혀 음악을 만든다고요. 본인이 생각하는 검프의 색깔은 무엇일까요?


제가 만들고 제 목소리로 부른다면 그게 저의 색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장르를 굳이 나눠서 ‘이쪽은 내 색깔이 아니야’라고 단정 지었다면, 지금은 다양하게 저의 색을 넓히고 싶은 마음이에요.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꼭 이번 곡에 한정짓지 않더라도, 기억에 남는 반응들이 있나요?


감사하게도 곡을 낼 때마다 꾸준히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리고 같은 곡 이어도 반응은 제각기 달라서 재미있기도 하구요. 처음 ‘포레스트’를 냈을 때 어떤 분에게 DM이 왔는데, 제가 곡에 드러내지 않았던 의미까지 간파한 듯한 소감을 저에게 보내셨어요. 그 때 느꼈던 희열과 뿌듯함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 것 같아요.


-음악작업에 영향을 미친 아티스트도 있나요?


정말 많은 아티스트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지만, 저는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님을 꼽고 싶어요. 저에게 음악적으로 커다란 충격을 선사하기도 했고, 또 따뜻한 메시지를 안겨주기도 했거든요. 또 한 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분의 음악은 매번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정말 존경하는 아티스트입니다.


-대중들에게 어떤 가수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히트곡을 많이 가지고 있는 가수라는 타이틀보다는, 목소리로 오래오래 기억되는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올해의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앞으로 앨범 발매 계획과 어떤 형태의 발매가 될지도 궁금합니다.


9월에 ‘Fine’에 이어서 EP 두 번째 선공개 곡이 발매될 예정이구요. 10월에 EP가 발매될 예정입니다. 이전과는 다른 느낌의 다양한 곡들로 열심히 만들고 있으니까 기대 많이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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