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웅래 "민주당, 외연 확장·통합 못하면 대선 필패"
입력 2021.07.04 05:13
수정 2021.07.04 05:42
노웅래 민주연구원장 인터뷰
"김경률 해프닝, 당심·민심 괴리 극복 몸부림 과정서 발생
내부 분열 방지·경선 흥행 위해 '8인 원탁회의' 제안할 것
'송영길 체제', 외연 확장 위해 많은 노력…성과 내고 있어"
"개혁과 쇄신으로 당의 외연을 확장하고 국민 통합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대선에서 못 이긴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원장인 노웅래 의원(4선·서울 마포구갑)은 '지금 당장 대선이 치러진다면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을 거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단호한 어조로 이같이 말했다. 당의 외연을 확장하지 않고 '집토끼(전통적 지지층)'만으로 내년 대선을 치른다면 필패한다는 것이다.
노 의원은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지지층만 갖고선 내년 대선에서 이길 수가 없다"며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89만 표 차로 국민의힘에 패배했다. 결국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민주당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4·7 재·보궐선거 당시 서울시장 선거는 약 89만 표 차, 부산시장 선거는 약 43만 표 차, 총 132만 표 차로 패배했다.
노 의원은 당에서 '조국 흑서' 공동 저자인 김경률 회계사를 대선 예비경선 후보들의 면접관으로 선정했다가 일부 후보들의 거센 반발로 2시간 만에 철회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에 대해선 "민주당이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극복하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고, 대선 후보 경선 흥행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다 보니 그런 헤프닝이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민주당스럽지 않은 방법으로 도전적으로 경선을 준비하고 끌고 가야 국민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며 "'안전빵'으로 가면 내년 대선에서 못 이긴다"고 했다. 김 회계사 면접관 선정과 관련해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지도부의 사과와 대선경선기획단의 사퇴를 요구했고, 이낙연 전 대표·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광재 의원 등도 강하게 반발했다. 다만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괜찮은 아이템"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민주당 대선경선기획단은 지난 1일 국민 면접관으로 김경률 회계사, 김소연 뉴닉 대표, 김해영 전 최고위원 등 3명을 확정했다고 밝혔지만, 발표 2시간 만에 김 회계사를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후 김소연 대표가 사임하고 김 회계사 대신에 섭외된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까지 고사하면서 김해영 전 최고위원만 남게 됐다.
"후보들 간 '앙금', 원심력 작용 가능성…구심력 높여야
당대표·원내대표·본경선 후보 6인 '8인 원탁회의' 제안
反이재명 연대, 정치공학적 연대라면 힘 받기 어려울 것"
노 의원은 내부 분열 방지 및 경선 흥행을 위해 당 대표·원내대표·본경선 후보 6인이 참여하는 '8인 공약 원탁회의'를 제안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경선 연기론'을 두고 갈등을 벌인 후보들 간에 '앙금'이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에 경선 과정에서 '구심력'보단 '원심력'이 작용할 여지가 많다"며 "구심력 작용을 높이기 위해 '8인 공약 원탁회의'를 만들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8인이 다 같이 모여 정책과 공약을 만드는 작업을 하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오는 11일 컷오프를 통해 대선 예비경선 후보 9명(기호순 추미애·이광재·이재명·정세균·이낙연·박용진·양승조·최문순) 중 본경선에 진출할 후보를 6인으로 압축한다.
그러면서 "첫 모임은 1박 2일로 합숙하면서 밥도 지어 먹고 일대일 토론·집단 토론 등을 하는 모습을 (유튜브 등으로) 생중계로 보여주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며 "민주당은 콩가루 집안이 아니라는 점과 후보들의 강점을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국민들의 관심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노 의원은 당 일부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는 '반(反)이재명 연대'에 대해선 "비전·정책으로 연대한다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겠지만, 단순히 정치공학적으로 경쟁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 하는 연대나 후보 단일화는 크게 힘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의원이 '민주당 적통'을 내걸고 단일화를 추진 중이고, 이낙연 전 대표도 이에 호응하고 있는 상태다.
"윤석열 등 대선 행보, 인간 도리상 있을 수 없는 일
尹 지지율, 與 내로남불·위선·무능 대한 반사이익
與 부동산 정책, 이념편향적…가격 안정화 최우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주요 사정기관의 수장들이 임기를 남겨두고 중도 사퇴한 뒤 범야권 대선 후보로 정치 행보에 나선 상황에 대해선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은 물론이고 인간의 도리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특히 노 의원은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윤 전 총장에 대해 "윤 전 총장이 출마 선언하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해 '이권 카르텔',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 '국민 약탈'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극단적인 악담을 퍼붓고 비난했다"며 "정치를 하려면 통 큰 정치를 해야지, 악담과 저주를 퍼부으며 복수를 위한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이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것에 대해선 "기존의 무기력한 정치권에 대한 불만과 변화의 요구가 지지율로 이어진 것이지, 대통령 후보로서 윤 전 총장에 대한 기대가 지지율로 나온 것은 아니다"며 "여당의 내로남불과 위선, 무능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얻고 있는 거품 지지율"이라고 했다.
노 의원은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민주당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부동산 문제'를 꼽았다. 그는 "부동산 정책은 사실상 민생 정책인데 이념 편향적으로 우리가 대처한 점이 분명히 있었다"며 "제일 중요한 부동산 가격 안정에 방점을 찍고 정책을 펴나갔어야 했는데, 부동산 가격 안정·시세 차익 및 불로소득 금지·부자 증세, 이렇게 3가지를 한꺼번에 하다 보니까 아무것도 못 잡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에 종부세와 양도소득세 완화를 당론으로 정했으니, 이제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정책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18일 정책 의원총회에서 전체 의원 표결을 통해 1세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9억원 초과'에서 '상위 2% 이내'로 축소하고, 양도세 비과세 기준액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기로 하는 부동산 정책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송영길 체제, 당심·민심 괴리 좁히고 외연 확장 위해 노력
宋, 내게 '국민 먹고 사는 문제' 중심 비전·공약 개발 당부
민주연구원, 진보 정책 아카이브·검증된 인재풀 구성할 것"
노 의원은 지난 5월 2일 출범한 '송영길 대표 체제'에 대해선 "'조국 사태'를 사과하며 '조국의 시간'을 매듭지은 것과 국민권익위원회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 비위 의혹이 제기된 12명의의원들에 대해 '탈당 권고' 조치 등을 취하며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좁히고 외연을 확장하려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진보냐 보수냐, 좌파냐 우파냐가 아니라 '수구냐 혁신이냐'가 될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송 대표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노 의원은 송 대표가 민주연구원장직을 제안할 때 "'4·7 재보선에 나타난 민심을 반영해서 거대 담론보다는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 중심으로, 제4기 민주정부가 들어설 수 있도록 하는 비전·정책·공약을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정치권을 강타한 '이준석 현상'에 대해선 "30대 이준석 당 대표가 탄생하면서 민주당은 '기득권 정당', '꼰대 정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향후 정치적 성공 여부에 대해선 잘 모르겠지만 '이준석 현상' 같은 '이 흐름'은 쭉 갈 거라고 본다"고 했다.
노 의원은 민주연구원을 '한국판 브루킹스 연구소'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미국 내 대표적인 진보 진영 싱크탱크다. 노 의원은 "당장은 제4기 민주정부 창출을 위한 비전·정책·공약을 만드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진보 진영 정책들을 아카이브로 만들고 검증된 진보 진영의 각계각층 전문가 인재풀을 구축해 '한국판 브루킹스 연구소'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민주연구원은 정책 발굴과 여론조사, 선거 판세 분석 및 선거 전략 수립, 당의 방향과 노선 등을 정한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둔 만큼 민주연구원의 역할과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자 출신의 노 의원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아버지이자 5선 국회의원이었던 고(故)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갑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18대 총선에서는 낙선했지만 19대 총선 때 국회에 재입성한 뒤 20·21대 총선에서 잇따라 당선되면서 4선 고지에 올랐다.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공동대표 당시 비서실장과 당 사무총장을 지냈다. 20대 국회 후반기에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직전 지도부에서 최고위원을 지낸 노 의원은 강성 친문(친문재인)과는 거리가 있는 비주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