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비극적 코로나19를 유쾌하게…시대 반영하는 문화예술계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06.11 13:11
수정 2021.06.11 13:25

드라마·영화 넘어 연극 무대에서까지 코로나19 상황 그려

방송 예능가에서 출연진이 마스크를 쓰고, 길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은 익숙하다. 이들이 활동하는 공간이 ‘현실’이고, 대중과 직접 접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라마와 영화, 무대에서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없었다. 설사 시대가 같더라도 ‘가상의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화예술계가 점점 코로나19 시국을 반영한 콘텐츠를 내놓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터널이 길어진 탓도 있지만, ‘가상의 공간’ 역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흐름 때문이다.


먼저 KBS2 주말드라마 ‘오케이 광자매’는 드라마 최초로 코로나19 상황을 그대로 반영했다. 마스크 5부제 시행 전,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길게 서 있는가 하는, 퇴근 후 손 세정제를 뿌리는 모습을 주인공들의 일상으로 녹였다.


배우들도 마스크를 쓴 채 연기를 하고, 주연은 물론 지하철 등 공공장소와 길거리의 보조 출연자까지 마스크를 착용했다. 현재 사회에서 적용되고 있는 방역, 예방 수칙까지 담으며 현시대를 투영한 드라마로 공감을 샀다.


영화 ‘썰’ 역시 코로나19 시국을 반영해 돌봄 아르바이트를 하러 온 이들이, 깊숙한 산골에 있는 집안에 들어서기 전 온도체크를 하고 나서야 마스크를 벗고 입성하는 장면을 담아냈다. ‘썰’ 시사회 당시 황승재 감독은 “제한된 인원이 제한된 공간에서 영화를 만들어야했다. 스스로가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서 만든 영화가 ‘썰’이다”라며 “코로나19를 배제하기 보단 현실을 반영하는 일들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현실의 일부를 투영했다면, 연극 무대에선 코로나19를 더 직접적으로 담아냈다. 13일까지 예술공간 혜화에서 공연되는 극단 산의 연극 ‘어느 날 갑자기’를 통해서다. 연극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한 인물의 입원부터 퇴원까지의 이야기를 주축으로 치료센터에 입소한 인물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는다.


이번 연극이 더 주목을 받은 건, 실제 경험을 담았다는 점에 있다. 지난해 8·15 광복절 집회 이후 수도권에서 급격하게 확진자가 늘어났던 때, 대학로에서 공연을 앞둔 한 극단에서 41명 중 1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번 ‘어느 날 갑자기’를 내놓은 극단 산의 이야기다. 공연계 코로나19 확산의 근원지가 될 뻔했던 상황을 코앞에서 겪은 극단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용기 있게 무대에 올린 것이다.


다만 극단은 이 상황을 결코 무겁게 표현하지 않는다. 코로나19 확진과 격리, 사회복귀까지의 과정과 격리시설에 입소한 인물들의 좌충우돌 스토리를 블랙코미디로 풀어냈다. 극중 인물들이 겪는 위기 상황과 그 속에서 이기심으로 가득한 모습을 풍자와 해학을 통해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면서 코로나19 이후 마음에 상처가 생긴 우리에게 작은 위로를 건넨다. 자칫 무거울 법한 재난 상황을 다루면서도, 상황을 비틂으로 해서 ‘비극적이지만 비극적이지 않게’ 표현한 셈이다.


방송과 영화, 그리고 무대에서 코로나19 상황을 담아내는 건 현재까진 하나의 ‘장치’에 불과한 수준이다. 대중에게 대사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여러 가상의 상황을 연기함에 있어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기엔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시청자, 관객들과의 ‘공감’을 위해 우리 모두가 겪고, 인식하고 있는 코로나19 시국 반영 콘텐츠가 꾸준히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제 코로나 이전의 삶을 생각하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중들에게 코로나19는 일상이 됐다. 방송과 영화 촬영 현장도 마찬가지다. 코로나로 인한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반영함으로써 대중의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키워드가 된다. 특히 연극의 경우 과거부터 꾸준히 시대를 반영한 공연을 올려왔다. 세월호 사태, 노동권 문제, 페미니즘 이슈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와 대중의 인식 변화 등을 무대에 올리면서 보다 친숙하게 문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한 것이 바로 무대예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이슈나 코로나19 이슈를 무대나 화면에 담아낼 때는 그만큼 신중함도 동반돼야 한다. 자칫 극의 흐름에 방해가 되거나, 현실을 현실과 동떨어지게 그려낼 경우엔 시국을 반영하지 않은 것만 못한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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