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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원의 정치공학] 단일지도체제 국민의힘, 지도부 무게감 우려스럽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1.05.24 07:00
수정 2021.05.24 14:16

최고위원 경선, 마이너리그 전락 예견됐지만

트리플A는 커녕 독립리그 수준으로 위상 추락

당대표 경선에선 낙선자 대거 배출될 수밖에

지도부 밖에서 흔들기 하면 구심력 저하 우려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자. 왼쪽부터, 윗줄부터 조경태·주호영·홍문표·윤영석·김웅·김은혜 의원과 나경원 전 원내대표, 이준석 서울 노원병 당협위원장(순서는 선수 순이며, 선수가 같을 경우 가나다순) ⓒ데일리안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의 후보등록이 마무리된 가운데, 당 안팎에서 벌써부터 새로 출범할 지도부의 구심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현행 단일성 집단지도체제의 문제점이 뻔히 예견되는데도 당헌·당규를 고치지 않고 당권경쟁에 돌입했고, 후보자 등록 결과 그 문제점이 이미 드러나기 시작한 탓이다.


5선 중진의원부터 원외 인사까지 당대표 경선에 한데 뒤엉켰다. 지난해 4·15 총선에서 당선된지 이제 1년여가 된 초선 의원에 의석 101석 정당에서 원외 당협위원장까지 당대표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런 구조에서는 재선·3선 의원이 최고위원에 도전하기가 어렵다. 3선 의원들은 원구성 재협상이 되면 상임위원장을 하게 될 기회까지 있으니 최고위원 도전자는 씨가 말랐다.


그나마 3선 조해진 의원이 막판에 최고위원 경선으로 선회하는 용단을 내려, 현역 의원 최고위원 도전자가 조 의원에 배현진·이영·조수진 의원을 더해 네 명을 간신히 채웠다. 자칫 4명을 선출하는 최고위원 경선인데 현역 의원 출마자 숫자가 선출자 TO에도 못 미칠 뻔 했다.


국민의힘의 현행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는 2016년 총선 패배 직후에 도입됐다. 김무성·서청원·김태호·이인제 등 거물들이 순수집단지도체제 하의 지도부에서 갑론을박 다툼을 벌이는 모양새가 '봉숭아 학당' 같다고 해서 바꾼 것이다.


바꿀 당시에도 최고위원 경선이 마이너리그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현실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마이너리그라도 해도 3선급이 각축전을 벌이는 트리플A는 될 줄 알았다"며 "현실은 더블A·싱글A를 거쳐 거의 독립리그 수준으로 위상이 속절없이 추락하는 중 아니냐"고 혀를 찼다.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바꾼 뒤, 전당대회를 통해 들어섰던 모든 지도부가 단 한 차례의 예외도 없이 실패했다. 이정현·홍준표·황교안 체제가 전부 파국을 맞이했다. 이들 지도부는 각각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수습, 지방선거 승리, 총선 승리라는 사명이 있었지만 사명 달성에도 철저히 실패했다.


일각에서는 순수집단지도체제로 돌아가면 '봉숭아 학당'의 모습이 재연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고 한다. 순수집단지도체제로 지도부 하나 제대로 운영 못하는 정당이 무슨 수권정당이 돼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병폐를 고친다는 말인가.


이대로라면 나름대로 조직과 기반이 있고, 메시지와 움직임에도 무게감이 있는 의원들이 당대표 경선에서 대거 탈락해 지도부 밖에 위치하는 상황을 피해가기 어렵다. 당밖에 유력 대권주자들이 대거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는 당내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싸우더라도 지도부 내에서, 비공개 최고위에서 논쟁을 벌이는 것과, 아예 지도부 밖에 있으면서 당밖 세력과 손을 잡거나 지도부를 흔들어대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무게감이 가벼운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국민의당과의 합당, 당밖 대권주자 영입, 대선후보 경선 관리 등 내년 3·9 대선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겹겹이 쌓인 정치적 난제들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당 전체가 지도부에 힘을 실어줘야 해결이 가능한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런 우려를 지적하자 "무슨 걱정이냐"며 "새로운 지도부로 대선을 제대로 치러낼 수 없다고 판단되면 조기 선대위 체제로 가면 된다"고 하는 사람마저 있다. 새 지도부를 뽑기조차 전에 '조기 선대위'가 거론되는 상황이 정상인가. 과연 이러한 우려가 기우(杞憂)였음을 증명하는 훌륭한 지도부가 구성될 것인지, 6·11 전당대회까지 당권경쟁의 추이를 예의주시할 필요성이 있어보인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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