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임 기회" vs "매국노"…로톡 갈등, 결국은 신구 변호사 '밥그릇 싸움'?
입력 2021.05.22 05:00
수정 2021.05.22 20:01
변협 '로톡 가입시 징계' 방침에 청년 변호사들 강력 반발 "변협이 사회적 흐름 따라가지 못해"
가입자 79%가 청년 변호사…"합리적 비용으로 자기 홍보, 의뢰인들에게 인지도 높고 접근성 좋아"
변협 "출혈경쟁 심화, 전체 수임 단가만 낮출 것"…"거대 자본의 플랫폼, 돈 있는 어린 변호사들만 혜택"
대한변호사협회와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LAWTALK)' 간 마찰이 심화되고, 신규·저연차 청년 변호사들이 변협의 로톡 이용 변호사 징계 방침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변호사 시장의 해묵은 수임료 갈등이 다시 점화되고 있다.
2014년 출시된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은 대한변협에 등록된 전체 변호사의 10%가 넘는 3966명(3월 기준)이 가입해있다. 변호사가 일정한 광고료를 지불하면 자신을 홍보할 수 있고, 의뢰인은 플랫폼 내 검색을 통해 다양한 변호사들에게 법률상담 등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한변협은 로톡이 변호사를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변호사법 34조를 위반했다고 보고 로톡을 이용하는 변호사들에게 징계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청년 변호사들은 저연차·신규 변호사에게만 불리한 조치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미 자리를 잡은 기성 변호사와 달리, 네트워크가 부족한 청년 변호사들이 플랫폼을 통해 사건을 수임할 기회 마저 막힌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3월 기준 로톡을 이용하는 변호사의 78.7%는 실무 경력 10년 이하의 청년 변호사로 파악됐다. 로톡 측 관계자는 "수임 기회가 적은 저연차 변호사일수록 자신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한데 로톡이 적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톡을 이용하는 7년차 변호사 김모(35)씨는 "저연차 변호사들은 네트워크가 부족해 영업이 어려운데 로톡을 이용하면 지인 없이도 사건을 수임할 수 있다"며 "다른 대안도 없이 무작정 플랫폼 이용을 막는 건 수임 기회가 부족한 청년 변호사들을 더욱 힘들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내기 변호사 최모(32)씨도 "저연차 변호사들이 로톡에 가입하는 건 그만큼 의뢰인들에게 인지도가 높고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라며 "의뢰인들은 로펌보다 비용이 합리적이면서도 일 잘하는 변호사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이어 "의뢰인들은 변호사 사무실이 몰려있는 서초동에서 변호사를 찾는데, 경제적 여유가 없는 저연차·신규 변호사들은 그런 곳에 사무실을 열 수 없다"며 "로톡은 이 같은 접근성 문제도 해결하고 자신을 알리고 싶은 변호사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하는 절실한 서비스다"고 덧붙였다.
변호사 지망생인 로스쿨 재학생 강모(28)씨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의뢰인들의 서비스 수요도 변하고 있는데 변협이 옛날에 만들어진 법, 규정을 들이대는 것은 사회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라며 "로톡 등 플랫폼을 통한 법률 접근성 향상과 인식 개선 등 긍정적 효과도 고려해 규정도 사회 흐름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로톡 등 거대 자본이 뒷받침하는 플랫폼이 오히려 청년 변호사들의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청년변호사 특별위원회 위원인 신인규 변호사는 "로톡도 결국은 광고비를 내야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구조"라면서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소수 저연차 변호사들만 혜택을 누리고,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많은 저연차 변호사들은 플랫폼에 입성조차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 변호사는 이어 "플랫폼 안에서 무료상담 등 출혈경쟁이 심해지면 전체 변호사들의 수임 단가를 낮춰 변호사들의 삶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며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낮은 수임으로 상담을 제공하는 변호사가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변협 관계자도 "로톡은 광고비 수백만원을 낼 능력이 있는 변호사들에게만 유리해 더욱 차별적인 구조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 로톡에 가입하고 옹호하는 변호사는 소수로 업계 내부에선 이른바 `매국노`로 보는 시선도 있다"며 "'나만 잘되면 집단은 망해도 된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해 한 청년 변호사는 "기술을 통해 법률서비스 접근성을 높인다는 취지는 동의하지만, 변호사와 의뢰인 양측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인지는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변호사법을 준수한다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