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근의 되짚기] 규제에 치인 소비자 선택권은 누가 보장해 주나
입력 2021.05.17 07:00
수정 2021.05.14 14:46
수백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중 소비자 입장 대변한 사례는 드물어
대형마트‧복합쇼핑몰, 단순한 장터에서 여가공간으로 역할 확대

작년 5월 21대 국회 출범 이후 현재까지 국회에서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은 총 16건. 이 중 대부분은 복합쇼핑몰을 비롯해 기존 백화점, 대형마트의 출점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소상공인과 골목상권, 전통시장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대형 유통업체의 신규 출점과 영업시간 등 규제 정책이 지속되고 있다.
수도권은 물론 지방 광역시에서도 이 같은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전남 광주시의 경우 2015년부터 유통업체가 복합쇼핑몰 건립을 추진했지만 지역 소상공인의 반발로 결국 무산됐다. 광주는 국내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창고형 할인매장과 아울렛이 입점하지 못한 곳이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규제 관점과 달리 일반 소비자들은 오히려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작년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쇼핑 비중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오프라인 비중이 전체 유통산업의 절반에 달하고 있어서다.
기존에는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이 단순히 다양한 물건을 사고파는 장터의 개념이었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충족해줄 수 있는 여가공간으로 재탄생한 덕분이다.
또 온라인 쇼핑이 불편한 고령자에게는 여전히 매장에서 직접 물건을 보고 구매할 수 있는 전통적 개념의 장터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정치권에서의 규제 움직임과 반대로 지자체에서는 대형마트를 비롯해 복합쇼핑몰 입점을 원한다는 일반 소비자들의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지자체, 정부 규제와 일부 소상공인들의 반대 탓에 입점이 무산되자 소비자들이 나서서 입점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비롯해 각종 규제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때마다 초점은 소상공인과 골목상권, 전통시장에만 맞춰져 왔다. 그들의 경쟁력을 살려 상생할 수 있는 방안보다 대형 유통업체를 눌러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전통시장으로 유도하겠다는 규제에만 몰두한 결과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편의성과 선택권에 대한 논의는 항상 뒤로 밀렸다.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본격적인 규제가 시작된 지난 10년 간 관련 법안은 수백건이 발의됐지만 소비자 입장을 대변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소비자는 유통산업의 핵심이다. 판매자와 구매자 그리고 이를 둘러싼 유통산업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인 셈이다. 하지만 규제에만 몰두한 탓에 매번 논의에선 제외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지난 10년 간 계속돼 왔다.
우리나라는 대의 민주주의를 채택한 나라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만들고 실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과정에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될 수는 있지만 핵심 주체가 제외돼선 안 된다.
이제라도 일방적인 규제에서 벗어나 소비자를 비롯한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고 이에 맞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 지난 10년 간 그랬듯 관행적인, 그리고 관성적인 규제에 손을 들어줄 소비자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