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근의 되짚기] 유통공룡 롯데의 중고거래 사업, 득일까 독일까
입력 2021.03.29 07:00
수정 2021.03.26 17:37
전국 1만5000개 오프라인 매장과 옴니채널 전략은 차별화 포인트
짝퉁 논란 해소와 커뮤니티 운영 노하우 확보는 해결 과제로
최근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유통가의 온 관심이 쏠려 있는 가운데 날아든 유통공룡 롯데의 중고나라 인수 소식은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현재로선 300억원의 지분투자에 불과하지만 다른 투자자들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경영권을 가져갈 수 있다.
백화점, 면세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 강자인 롯데가 중고거래에 뛰어든 배경을 놓고 업계에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 기준 5조원대로 확 커진 중고시장 진출은 시간문제였다는 의견도 있고, 롯데가 보유하고 있는 1만5000여개 오프라인 매장을 잘 활용하면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간 중고거래를 꺼려했던 가장 큰 이유가 타인과 직접 대면해 거래를 해야 한다는 불안감과 거리 이동에 따른 불편함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롯데의 옴니채널 전략이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전국 방방곡곡 위치한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안전한 거래를 할 수 있고, 롯데마트가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매장 내 중고물품 자동판매기 사업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유통가의 새로운 큰 손으로 떠오른 MZ세대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높은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중고거래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불리는 짝퉁 논란을 얼마나 불식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롯데는 백화점,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명품 브랜드에 대한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중고거래 물품 모두를 다 관리할 수는 없다. 오픈마켓을 운영 중인 이커머스 업체들이 이따금씩 짝퉁 논란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는 것도 같은 이유다.
짝퉁 논란이 발생하면 거래 상대방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롯데라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이상 도의적인 책임까지 벗어나기는 어렵다. 계열사 간 시너지도 확실하지만 논란의 중심이 될 경우 ‘롯데’라는 브랜드 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수조원을 들인 롯데온 운영도 제대로 안 되는데 크고 작은 이슈가 끊이지 않는 중고거래 플랫폼 운영은 더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또 하나는 중고거래 핵심인 커뮤니티 운영 능력이다. 네이버 카페에서 시작해 2300만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중고나라와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각광받고 있는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은 모두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같은 지역에 살거나 동일한 취미를 가진 이들이 모여 필요한 물품을 거래하면서 형성된 시장인 만큼 사업 효율성을 우선하기 보다는 감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일률적으로 규격화된 기준 대신 개인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
과거 오프라인 매장이 전부였던 시대에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가장 빠르게 기업을 키우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온라인이 주력 시장이 됐다. 과거와 같은 물리적인 영토싸움은 의미가 없어졌다. 과거의 영광을 잊고 일신우일신의 자세로 체질개선에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