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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의 되짚기] 첫돌 맞는 롯데온, DNA 업그레이드 필요하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1.04.08 07:00 수정 2021.04.08 05:04

겉포장은 온라인 플랫폼이지만, 속은 오프라인 판매 방식 유지

공격적인 가격 정책과 편의성 높인 배송 전략으로 시너지 내야

ⓒ롯데쇼핑

“이커머스의 탈을 썼지만 기반은 여전히 오프라인에 두고 있다.”


오는 28일로 출범 1년을 맞는 롯데온에 대한 이커머스 업계의 평가다. 국내 유통업계 부동의 1위 롯데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통합 온라인몰이란 타이틀에 비해서는 존재감이 약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백화점을 비롯해 7개 유통 계열사의 온라인몰을 한 데 모았지만 물리적인 통합만 있을 뿐 여전히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DNA를 버리지 못했다는 데 이유가 있다. 백화점과 마트, 편의점에 있는 물건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겼을 뿐 상품과 가격에 집중하는 여타 이커머스 업체와는 구성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작년 4월 롯데온 출범 당시 출혈경쟁을 하지 않겠다고 했던 초기 전략부터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 1만5000개에 달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배송 편의성을 극대화한다는 정책이 뒷받침되기 위해서는 먼저 롯데온에서의 구매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대부분 이커머스 업체들이 매년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가격경쟁에 매달리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커머스 업체와 비교해 대응이 늦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대기업이라는 조직의 특성 상 실무진의 의견이 최종 단계까지 도달하기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더 길 수 밖에 없다. 단계가 많다보니 초기 아이디어가 그대로 반영되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나 오프라인 경험이 많은 임원들이 많다 보니 온라인 정책이 힘을 받기 어려운 구조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법이다.


롯데와 맞수인 신세계의 경우 SSG닷컴을 독립법인으로 분리시켜 이 같은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 SSG닷컴의 경우 롯데온에 비해서는 거래액이 절반 수준이지만 작년 성장세를 보면 SSG닷컴이 5배 이상 높았다. 작년 코로나19라는 악재 속에서 오히려 인지도를 높이면서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외부의 우려만큼 롯데 내부의 위기감도 높아진 점은 다행이다. 지난 1월 신동빈 회장의 쓴소리에 이어 2월에는 그동안 롯데온을 이끌어왔던 조영제 사업부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달 롯데지주 주총에서 이동우 대표는 “롯데온을 내부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제는 지난 1년을 거울삼아 달라져야 할 때다. 그동안 국내 유통산업을 견인했던 롯데의 자부심은 잠시 내려두고 도전자의 마음으로 심기일전해야 한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유통 전략은 천양지차라고 하지만 기본은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수십 년 간 한국 유통업계를 이끌어온 롯데의 DNA에 이미 답이 있다. 오프라인 1등이라는 자만심으로 인해 무뎌진 칼날을 벼리고 뼈를 깎는 심정으로 초심을 되찾아야 한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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